■ 국내외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그린 전략’ 성공 방정식
온실가스 배출 규제, 탄소세 부과 등 환경 규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미래의 경쟁 지도가 바뀌고 있다.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들은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스마트 시티 등 ‘친환경’과‘개발이익’을 조화시킬 수 있는 신사업 기회도 무궁무진하다. DBR 그래픽
#2. 중국 톈진 에코시티는 정부 주도로 친환경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개발 이익도 동시에 추구하는 사업모델에서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았다. 중국 톈진 시와 싱가포르 투자청이 합작 투자한 에코시티는 주민의 90% 이상이 대중교통 수단에 의존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며, 마실 물도 하수를 재생하거나 바닷물을 담수화해 자급자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톈진 시 정부는 에코시티를 통해 도시 팽창에 따른 슬럼화와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에너지 사용도 효율화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싱가포르투자청은 도시 개발에서 얻어지는 개발 이익으로부터 투자한 자본을 회수할 계획이다. 싱가포르 정부와 기업이 보유한 도시 개발 노하우와 수처리 기술을 활용해 투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미래 경쟁 지도의 변화
탄소세 부과 등 환경규제로 주요 전력업체들 사이에 최대 90% 원가차이 발생
성장성 높은 분야 재빨리 포착, 핵심 역량 집중해 사업 특화
한발 앞서면 미래 움켜쥔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탄소세 부과 등 환경규제가 미래의 경쟁지도를 바꾸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미국이 이산화탄소 t당 60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할 경우 주요 전력 업체 간에 최대 90%의 원가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영국에서는 개별 소비자 단위의 탄소배출권 규제까지 추진하고 있다.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이나 자동차회사가 아니더라도 환경 규제의 영향과 소비자 인식의 변화를 피해갈 수는 없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스마트시티 같은 신사업 기회도 무궁무진하다. 빠른 시장 진입과 특화된 전략으로 게임의 룰을 바꿀 기회가 얼마든지 열려 있다.
한발 앞서 녹색경영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은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녹색 신사업의 성공 방정식은 무엇인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6호 스페셜리포트 ‘그린 전략(Green Strategy)’에 실린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의 대안을 소개한다.
○ 거시적 시각에서 사업 모델을 혁신해야
장세진 싱가포르국립대 석좌교수는 “향후 전기자동차가 상용화될 때 과연 기존 자동차회사들이 승자가 될지, 아니면 베터플레이스 같은 새로운 사업모델로 무장한 벤처기업들이 주역이 될지 기대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에코시티와 베터플레이스의 사례를 볼 때, 녹색 성장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기술 개발이 아니라 사업모델의 근본적 혁신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 녹색경영이 게임의 룰 바꾼다
많은 기업이 효율 향상과 품질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성장의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 기술 경영 컨설팅 회사인 기술과가치의 임윤철 대표는 “더 독특해지고 가치 있어져야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기업들이 선택한 전략이 녹색경영”이라며 “이미 많은 해외 기업은 녹색경영을 통해 비용 절감이나 차별화, 집중화에 성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용품 제조업체인 러시는 녹색기술로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 러시는 공정무역체제에 대응해 미용품의 포장을 최소화했다. 또 고체 샴푸바(1개의 중량이 55g으로 100g짜리 액체 샴푸 3병의 효과를 냄)로 샴푸의 부피를 줄임으로써 운송비용을 15분의 1로 크게 줄였다.
녹색제품 개발로 친환경 이미지를 부각시켜 경쟁업체와 차별화하고 매출을 증대시킨 사례도 있다. 프랑스 운수업체인 시티버드는 배기가스 제로(0), 기존 택시 대비 이산화탄소 50∼70% 감축, 저렴한 가격 등을 내걸고 2003년부터 전기 모터사이클 택시 운행 사업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현재 160개 기업과 계약해 5만4000대를 운행하고 있다.
영국의 클럽4클라이미트(Club4climate)는 춤추는 사람들이 바닥을 두드리는 에너지로 필요 전력의 60%를 공급받는 댄스 동력 나이트클럽(Dance-powered nightclub) 사업을 실행에 옮겨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회사는 도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방문한 고객에게 입장료를 할인해 주며, 재활용 건축자재와 재활용수를 사용한다.
변화를 예측하고 한발 앞서 녹색경영을 추진하는 한국 기업들도 있다. 강화될 환경 규제에 대비해 주력 사업의 경영체제를 정비하고, 기존 핵심 역량을 활용하거나 협업을 통해 녹색 신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이다.
포스코는 에너지 회수 설비를 도입하고 부생가스를 활용하는 등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온실가스 다(多)배출 사업인 철강사업의 경쟁력 상실을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다. 포스코는 대체에너지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이 회사가 1조 원 이상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청정 석탄 기술은 천연가스보다 저렴한 석탄을 원료로 합성천연가스를 만드는 기술이다. 포스코는 이 기술을 상용화해 기존 사업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면서 새로운 수익원도 창출하는 일거양득 효과를 노리고 있다. 계열사인 포스코파워는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사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OCI는 2005년 태양광 발전의 핵심 부품인 태양전지의 원소재로 쓰이는 폴리실리콘 제조에 뛰어들었다. OCI가 50년간 운영해 온 화학사업과 가장 가까운 분야가 폴리실리콘 제조라고 보고 이 사업에 집중한 것. OCI는 현재 연간 1만7000t의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분야 글로벌 메이저 기업 중 하나다.
중소기업 KPE는 한국 최초로 태양전지 양산에 성공한 강소(强小)기업이다. 2002년 소규모 기술 벤처 회사를 인수해 태양전지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KPE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08년 82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KPE에 따르면 이 중 70% 이상이 수출이다. 세계 상위권인 17.5% 수준의 효율을 내기 때문이다.
○ 규칙 준수보다 시장 선도해야
녹색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는 기업은 사태를 관망하다가 누군가 먼저 시도해 성공하면 참여하겠다는 ‘규칙 준수 기업’보다 게임의 룰을 바꾸는 ‘시장 선도 기업’이 되겠다는 접근을 해야 한다.
에너지 전문 컨설팅회사인 더코발트스카이의 강문정 대표는 “성장성이 높은 녹색 신사업분야는 무엇인지, 그중에 핵심 역량을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며 “단지 기존 사업과 그 특성이 다르다고 해서 녹색 신사업 추진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만일 보유한 역량이 부족하다면 국내외 관련 기업들과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강 대표는 “포스코파워가 연료전지 분야에서 앞서 나간 비결은 자사가 보유한 역량을 바탕으로 타 업체와 효과적으로 협업했기 때문”이라며 “포스코파워는 핵심 기술을 보유한 해외 업체와 제휴함으로써 연구개발비용을 절약했을 뿐 아니라 시장 적기 진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제휴로 다른 업체보다 한발 앞서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대량생산체제를 갖춰나갔다는 것.
노무라종합연구소의 최창희 이사는 신재생에너지 사업모델로 ‘수직 통합형 모델’과 ‘전문 기업형 모델’을 제시했다. 전문 기업형 모델은 내부의 활용 가능한 역량 및 자원을 고려해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형태다. 이 모델을 택한 기업들은 시장 세분화에 대비한 강력한 기술력과 전문성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단, 연관 기업들과 제휴 관계를 구축해 안정적인 수요처와 공급처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자본력을 보유한 기업이라면, 단기간에 인수합병(M&A)을 통해 수직 통합형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이 모델을 택하는 기업은 각 세부 영역에서 전문 기업과의 경쟁을 극복해 나가면서 동시에 전체 가치사슬의 최적화를 달성해야 한다. 또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제품을 동시다발적으로 개발 제조 판매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한인재 기자 epicij@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6호(2010년 5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타인과 연결되고 싶은 욕구 ‘애착마케팅’으로 충족
▼Strategy+/Hightech Marketing Group 실전 솔루션
이타적 행동은 항상 좋을까? ‘백기사’의 함정
▼Strategy+/민재형 교수의 의사결정 미학
발렌베리 가문 5세대 지속성장 비결 들어보니
▼ 이곤젠더 리포트/인베스토르AB 야코브 발렌베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