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봉한 하나INS 사장해외출장마다 IT구입 ‘얼리어답터’… 아이폰 완전히 개조해서 쓸 정도“스마트폰-기업용 트위터 도입… 소통 열리고 주인의식 높아져”
조봉한 하나INS 사장은 새 기계를 보면 사서 써 봐야 직성이 풀리는 얼리어답터다.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관심이 생겨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그의 스마트폰에는 직원들과 주고받는 대화가 멈출 날이 없다. 사진 제공 하나INS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는 ‘얼리어답터’인 조봉한 하나INS 사장(45)의 아이디어였다. 하나INS는 하나은행 계열의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다.
조 사장의 취미는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한국에 아직 나오지 않은 전자제품을 사 모으는 것이다. 최근에는 구글이 만든 스마트폰 ‘넥서스원’도 미국에서 사왔다. 물론 국내에선 팔지 않는 제품이다. 이외에도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기계는 대부분 한 번씩 만져봐야 직성이 풀린다. 일본 닌텐도가 만든 ‘위’라는 게임기를 집에 들여놓고 TV 앞에서 팔다리를 휘젓는 건 물론이고 컴퓨터와 휴대전화도 벌써 수십 대를 갈아 치웠다고 했다.
최근에 특히 관심 있는 분야는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실시간으로 다른 사람들과 정보를 빠르게 주고받는 건 물론 의견 교환도 자유롭다는 것이다. 조 사장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써보며 “계몽주의 시대가 다시 열린 것 같다”고 표현했다. “마치 종이가 발명되고 인쇄술이 보급돼 손에 책이 처음 쥐어진 느낌입니다. 전에는 정보를 지위가 높고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독점했는데 이제는 스마트폰을 통해 모든 이가 정보에 접근하거든요. 임원이 아는 체하며 부하 직원을 무시했다가는 큰일 나는 시대가 온 것이죠.”
그는 이 좋은 걸 왜 혼자만 쓸까 싶어서 당장 직원들에게도 권했다. ‘야머(Yammer)’라는 서비스를 모두 쓰자고 직원들에게 제안한 것이다. 야머는 트위터와 비슷한 서비스인데 세상 사람 모두에게 자기 생각을 알리는 트위터와 달리 정해진 그룹 사람들끼리만 쓸 수 있어 ‘기업용 트위터’라고 불린다. 조 사장은 직원들에게도 자신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며 스마트폰을 단체로 지급했다.
결과는 조 사장의 기대 이상이었다. 1월 아이티에서 지진 발생 소식이 전해지자 다음 날 아침 한 직원이 야머에 “우리도 저들을 도와야 한다”는 의견을 올렸다. 순식간에 돕고 싶다는 답변이 쏟아졌고 오후까지 300여 명의 직원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인사팀은 그날 오후 바로 급여공제를 통해 모금을 마쳤다. 속도는 상상을 벗어났다.
창의적인 마케팅 활동에도 도움이 됐다. 하나INS는 ‘그룹마스터’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스마트폰에서 주소록에 그룹을 지정하는 소프트웨어다. 이런 응용프로그램이 없어 하나INS가 직접 개발해 내부 직원들끼리 쓰던 것인데 한 직원이 “외부에 ‘그룹마스터’를 공개해 다른 사람들도 쓰게 하자”고 제안했다. 하나INS는 이름도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회사였는데 이 프로그램을 공개하자 아이튠스 앱스토어에서 인기 프로그램으로 올라갔다. 단순한 아이디어 하나가 브랜드를 알리는 데 도움을 준 것이다.
2년 전 조 사장이 부임할 때 하나INS의 직원은 100명도 되지 않았다. 지금은 450명이 넘는다. 그는 “우리처럼 빠르게 성장한 회사에서 공통의 문화를 만드는 게 바로 스마트폰과 SNS”라며 “구성원들이 자신이 주도적으로 회사를 바꾸는 데 참여한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 조봉한 사장은 ▼
―1965년 전북 김제 출생
―1983년 2월 전주 신흥고 졸업
―1987년 2월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전산전공) 졸업
―1989년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컴퓨터공학 석사
―1997년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컴퓨터공학 박사
―2001∼2004년 국민은행 차세대 시스템 팀장 겸 신기술팀장
―2004년 3월∼2006년 2월 서강대 경영대학 겸임교수
―2004년 7월∼현재 하나은행 부행장보
―2006년 4월∼현재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2008년 4월∼현재 하나INS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