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비의 거울 문묘18/현신봉승 지음/392쪽·1만8000원·청아출판사
이 책은 유교 국가를 천명했던 조선에서 성균관 문묘에 배향된 우리 유학자 18명에 대한 평전을 모았다. 1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신라에서 최치원과 설총 두 명만 입성이 가능했다. 신라보다 유학이 성했지만 역시 불교국가였던 고려에서도 안향과 정몽주 두 명만 배향됐다. 그렇다면 조선에 배당된 14현은 누구일까.
그럼 그 자리를 채운 이들은 누구일까. 조선유학의 적통이라 평가받는 이들이다. 조광조의 스승인 김굉필, 김굉필의 솔메이트였던 정여창, 퇴계가 인정했던 유학자 이언적, 호남유학을 대표하는 김인후, 율곡의 솔메이트였던 성혼. 거기까지다. 그 다음은 율곡의 제자로 조선 정권을 장악한 서인뿐이다. 임진왜란 의병장 중 유일하게 배향된 조헌, 예송논쟁의 이데올로그였던 김장생과 그 아들 김집, 양송(兩宋)으로 불리던 노론의 태두 송시열과 송준길, 소론의 영수였던 박세채다.
역사소설가인 저자가 이런 정치적 맥락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책은 이를 무시하고 조선왕조실록과 각종 문집에 기록된 그들의 인물평에만 집중한다. 거기엔 학자나 관료로서의 업적보다는 인간됨됨이가 우선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효자였고 열혈독서가였고 임금을 두려워하지 않는 직언가였다. 그 면면을 음미하다 보면 비록 근대화 이후 비판의 도마에 올랐을지언정 서인세력이 당대에 누렸던 도덕적 우월성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 그들은 지독한 이상주의자였다. 이 지독한 현실주의의 시대, 세상의 소금이 되고자 했던 선비가 그토록 그리운 것일까.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