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先천안함 규명’과 배치
정부 對中외교력 시험대 올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대해 함구로 일관하던 중국의 관영 언론매체들이 방문 마지막 날인 7일 일제히 김 위원장의 방중 소식을 전했다. 이날 오전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한 바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5일 열린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어느 것도 바뀐 게 없다”고 전제한 뒤 “북한은 6자회담의 각 당사국이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과 북한은 “6자회담의 각 당사자가 응당 성의를 보이고 6자회담의 진전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지난해 10월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미국과의 양자회담 진전에 따라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을 진행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보다 진전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북-중 양국이 특별한 전제조건을 달지 않고 6자회담의 재개를 공동 방향으로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북-중 양국은 정상회담에서 △양국 고위층 상호 왕래 지속 △내정 및 외교,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한 전략적 소통 강화 △경제 무역 협력 심화 △문화 교육 인적 교류 확대 △국제 및 지역 현안 협력 강화 등 5개항에 합의했다.
日외상 “천안함 결론 전 6자회담 어렵다”
앞으로 국제 문제는 물론이고 내정까지도 서로 협력하는 등 전통적인 양국의 우의를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는 다짐이다. 특히 중국 측은 과거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김 위원장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을 만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문제는 6자회담과 관련한 북-중 ‘합의 내지 공동 인식’이 한국의 ‘선(先) 천안함 해결, 후(後) 6자회담’이라는 ‘원 트랙 정책기조’와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6자회담은 천안함 사건과 별개로 진행해야 한다는 ‘투 트랙’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한국 정부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으로서는 단기적으로는 한국 정부의 ‘원 트랙’에 공감해 공조의사를 밝혔지만 천안함 사건에 대한 조사가 장기화하거나 도발 주체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다면 6자회담을 무작정 연기하기는 어렵다. 지난달 29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전화로 6자회담 재개를 논의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선 천안함 해결, 후 6자회담’이라는 기조를 가진 한국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 당국자는 “‘선 천안함 해결, 후 6자회담’이라는 방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일본 외상도 7일 기자회견에서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가 명확해지지 않으면 6자회담을 진전시키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 단계에서는 6자회담을 재개하기 곤란하다는 것으로 우리와 같은 입장이다. 일본이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공식 견해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