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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아빠 엄마로 돌아가… 복은 우리가 받았죠”

입력 | 2010-05-08 03:00:00

환갑에 아이 입양… 어버이 사랑 나눠준 신언항 前복지부차관 부부




“우리 셋째 아들 예쁘죠.” 7일 오후 신언항 한국실명예방재단 회장(왼쪽)과 부인 김명희씨 부부가 2005년 12월 입양해 키워온 신동영 군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택 잔디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홍진환 기자

동영이(8)는 뒤통수가 예뻤다. “꼭 우리 큰아들 아기 때 뒤통수 같았어요. 우리 아들들이 대영이, 수영이 등 ‘영’자 돌림을 쓰는데 그것까지 같았죠.” 신언항 한국실명예방재단 회장(64·전 보건복지부 차관)과 김명희 씨(60) 부부는 동영이를 안으며 “보는 순간 딱 느낌이 왔어요. 부모들이 자기 자식한테 느끼는 그런 거 있잖아요” 하고 밝게 웃었다.

동영이는 4년 전 신 씨 부부의 집으로 왔다. 부부의 마음에 들어온 것은 8년 전부터였다. 부인 김 씨가 2002년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성로원아기집으로 처음 봉사활동을 갔던 날 4개월 된 동영이를 봤다. 28년 전 김 씨의 큰아들처럼 짱구머리를 가져 바로 자지 못하고 꼭 엎드려 자는 갓난아기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봉사활동 갈 때마다 업고 재우고 밥을 먹이고 하자 동영이는 어느새 옹알이를 하며 김 씨를 “엄마”라고 불렀다. 김 씨는 “너무 자연스러웠기에 언제부터 그랬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말했다.

김 씨가 집에 와 신 회장에게 동영이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늘어갔다. “오늘은 밥을 잘 먹지 않아서 속상했어요” “잠이 들면 내가 가 버릴까 봐 그 어린 게 안 자려고 눈을 비벼요.” 1년쯤 지났을 즈음 신 씨도 아이가 궁금해졌다. 일요일에 시간을 내 시설을 찾았고 1년 4개월 된 동영이와 만났다. ‘왠지 모르게 예쁘고 정이 가는’ 동영이가 신 씨의 두 눈에 콕 박혔다. 그때부터 신 씨도 봉사활동을 나갔다. 2002∼2005년 복지부 차관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등을 맡아 정신없이 바쁠 때였지만 신 씨를 “아빠, 아빠” 하며 따르는 동영이를 보기 위해 매주 빠지지 않고 시설을 찾았다.

입양 결정은 갑작스럽긴 했지만 자연스러웠다. 2005년 12월 허리를 다쳐 집에서 요양을 하게 된 김 씨는 며칠간 시설에 가지 못하자 아이가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김 씨는 남편에게 “아이를 데려와라. 통화라도 하게 해 달라”고 매일 졸랐다. 신 씨가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자 김 씨가 폭탄선언을 했다. “이제 동영이는 시설에 안 간다. 여기 쭉 있을 거다.” 큰아들(32)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엄마 언젠가는 그럴 줄 알았어.”

2005년 12월 31일 동영이는 신 씨 부부의 셋째아들 ‘신동영’이 됐다. ‘2기 부모생활’에 들어간 신 씨 부부의 하루는 정신없이 바빠졌다. 김 씨는 “지난겨울 큰아들 결혼 준비를 해야 했는데 동영이의 방학 특별활동 때문에 거의 신경을 못 썼다”고 말했다. 환갑의 엄마는 요새 30대 주부들과 같이 초등학교 배식 도우미도 나가고 ‘녹색어머니회’ 활동도 한다. 신 씨 부부는 “다시 젊어진 것 같아 얼마나 좋은지…막내는 복덩이”라며 동영이를 꼭 안았다.

신 씨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같은 것은 모른다고 했다. 그는 “그냥 다른 부모들과 같이 ‘내 아들’을 사랑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7일 부부는 동영이가 쓴 카드를 받았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께. 엄마 아빠 사랑해요.’ 두 부부는 “부모의 행복이란 게 이런 것 아니겠어요” 하고 밝게 웃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오늘 어버이날… 유공자 176명 훈포장-표창

보건복지부는 8일 38회 어버이날을 맞아 효행자·장한 어버이 등 어버이날 유공자 176명에게 훈·포장과 표창을 수여한다. 국민훈장 동백장은 당뇨·치매·뇌중풍에 걸린 노모를 31년간 봉양한 이효영 씨(65·서울 광진구)가 받는다.

▽국민훈장 △목련장=이춘화 김선자 △석류장=정화순 ▽국민포장=김영대 김영만 용정숙 이필순 황대근 ▽대통령 표창=곽기매 김정미 배용분 백순분 서명오 엄순자 이광수 정일엽 정춘지 홍성례 홍성연 황해룡 고로순 장순이 광주남구(기관표창) 경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