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현관문과 유럽 현관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곳의 현관문은 닫으면 자동으로 잠긴다는 것이다. 매번 집 밖에 나갈 때마다 열쇠로 문을 잠그는 불편함을 없앤다는 측면에서는 편리하지만 잠시 동안 나가는 경우에도 항상 문 열쇠를 가지고 다녀야만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곳 유럽에서는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거나 가게에 잠시 물건을 사러 가는 경우에도 반드시 현관문 열쇠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
또 우리나라는 대개 집에 다른 가족이 있어서 집 열쇠를 가지고 다니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유럽에는 독신가정도 흔하고 부부가 모두 직장을 다니는 경우도 많아 가족 각자가 집 열쇠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 그럼에도 이곳 사람들은 현관문에 간편한 번호 열쇠나 터치식 열쇠를 설치하지 않고 옛날식 열쇠를 선호한다. 번호열쇠나 전자식 열쇠는 안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흔한 이곳에서는 자동차 열쇠도 항상 가지고 다녀야 한다. 그리고 아파트의 주차장 또는 개인주택의 주차장에 들어가려면 열쇠가 필요하다. 각 가정에는 우편함이 있는데 이 역시 잠겨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우편함을 잠그지 않는데 이곳 사람은 언제나 자기의 우편함을 꼭 잠그기 때문이다. 의심이 많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실제로 우편물 분실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퇴근하면 먼저 주차장 열쇠로 문을 연 다음 차를 세우고 다시 주차장을 잠그고 집 앞에 와서는 우편함을 열어 확인한 후 현관문을 연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의 경우 열쇠가 5, 6개(집 회사 자동차 주차장 우편함) 필요하다. 따라서 커다란 열쇠꾸러미를 항상 들고 다녀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옛날부터 외부의 침입이나 전쟁이 자주 발생해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기 것을 지키려는 성향에서 이 같은 열쇠문화가 생겨난 것이 아닌가 싶다.
열쇠문화 때문에 시내 곳곳에서 열쇠가게를 흔히 볼 수 있다. 그곳은 열쇠를 팔기도 하고 열쇠를 잃어버렸을 경우 집에 가서 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열쇠를 잃어버리거나 집에 열쇠를 두고 나오는 경우가 많아 이를 해결해 주는 열쇠가게의 손님이 꽤 많다고 한다. 집에 열쇠를 두고 나오면 열쇠가게에 연락해 문을 열어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약 120유로(20만 원)의 비용이 든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이곳에서 열쇠산업이나 열쇠가게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중요한 업종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는 지금과 같은 구식의 열쇠보다는 버튼식이나 터치식의 첨단 열쇠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용규 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 사무소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