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재정위기의 전염 가능성 때문이다. 아시아 외환위기는 태국 밧화 폭락에서 출발해 아시아 전체로 확산되는 데 6개월이, 미국 금융위기는 베어스턴스 파산에서 리먼브러더스 파산까지 7개월이 각각 걸렸다. 또 하나는 위기가 후폭풍을 동반했다는 점이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러시아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에 직면했었고 미 금융위기 이후 남유럽이 재정위기에 빠졌다.
위기 전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로존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독일 의회와 유로존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이 각각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구제금융 방안이 최종 통과됐기 때문에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지는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다. 관건은 주변 국가로의 전염이다. 포르투갈로는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 그러나 스페인까지 전염되며 유럽 전체가 흔들린다는 주장에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야 하지만 확대 해석은 그릇된 의사결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미국과 중국이 최악의 상황까지 지켜만 본다는 가정은 비현실적이다. 중국은 경제대국 위상에 걸맞은 책임을 부여받고 있고 이번이 좋은 기회이다. 남유럽 상황이 더 몰릴 때 국채매입 결정을 발표하면 효과가 극대화된다. 미국은 직접 개입을 꺼릴 것이지만 최악의 상황에선 IMF를 통해 간접적으로 압력을 행사할 것이다.
셋째, 뒷북만 쳤던 유럽중앙은행(ECB)이 해결사 역할을 할 것이다.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현실 감각이 떨어진다. 미국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비교할 때 더더욱 그렇다. 중요한 점은 디폴트 리스크가 확산되는 상황에선 FRB가 금융위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랬던 것처럼 ECB가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국채를 매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