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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봉의 돈 되는 부동산]정부-부동산업계 ‘추운 5월’ 체감 차이, 왜?

입력 | 2010-05-10 03:00:00


절정을 맞이한 봄과는 달리 부동산 시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아파트 거래량은 바닥을 헤매고 법원경매 낙찰률은 나날이 하락하고 있다. 가격 하락, 거래 부진, 미분양 증가 등으로 시장 상황은 침체일로인데 정부는 왜 부동산 시장 규제를 풀지 않는 것일까. 이는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시장과, 건설업계와 부동산업계가 고민하는 시장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시장경제와 산업 등 국가 경제의 전반적 상황을 살피는 반면에 건설, 부동산 관련자와 주택 매매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부동산 시장 현황만을 바라본다. 정부는 가구별 가계부채를 비롯해 금융위기 때 풀어 놓은 매머드 자금을 안고 있는 금융권, 시중의 과잉 유동 자금 등을 함께 고민한다.

반면에 건설업계는 팔리지 않는 중대형 아파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같은 대출 규제 완화,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요구한다. 부동산 시장 종사자들과 기존 집을 팔아야 하는 새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대출 규제 완화와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원한다. 재건축아파트 소유자들은 DTI 규제 완화, 초과이득환수제 및 소형평형 의무비율의 폐지를 바라고 있다. 1기 신도시 아파트 소유자들은 저비용으로 실현 가능한 리모델링 대책과 대출 규제 완화를 기대한다. 시장 관련자들이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공통으로 요구하는 것은 바로 LTV와 DTI 완화다.

LTV는 담보 가치라 불리는 아파트 시장 가격의 얼마까지만 대출해 주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정부는 2009년 7월 7일부터 수도권 주민들이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대출한도를 담보가액의 60%에서 50%로 축소했다. 금융위기를 해결하고자 풀어놓은 돈이 많은데 주택담보대출이 꾸준히 늘고 있었던 탓이다. 하지만 LTV 강화에도 주택담보대출이 계속 늘자 2009년 9월 7일부터는 DTI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DTI는 돈을 빌린 후 1년간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2009년 9월 DTI 규제는 즉각 효과를 나타냈다. 부동산 시장 가격 상승세가 하락세로 돌아섰고 담보대출 금액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종전부터 규제를 받던 강남 3구(DTI 40% 적용) 외에 서울(50%)과 인천, 경기(이상 60%)가 새롭게 규제에 들어가면서 원래부터 DTI 적용을 받던 강남 3구는 물론이고 규제 제외 지역인 지방 시장까지 영향을 받았다.

LTV와 DTI 규제는 신규 아파트 분양 때 실시하는 아파트집단대출이나 미분양 주택의 담보대출에는 적용되지 않지만 대출 규제 실시 이후 분양시장마저 얼어붙으면서 한국주택협회, 대한건설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등 건설 관련 단체들은 LTV와 DTI 규제 완화를 간절히 요구하고 있다. LTV와 DTI 규제가 시작되기 전에는 시장이 그런대로 괜찮았다는 이유에서다.

“수도권의 DTI만이라도 10% 완화해달라”고 사정하는 건설업계나 자기 재산을 담보로 마음대로 대출받지도 못하는 아파트 소유자들은 2010년 5월 부동산 시장의 안쓰러운 자화상이다.

봉준호 닥스플랜 대표 drbong@dakspl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