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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부수-획순 제대로 익혀야 일취월장… 일기도 한자로 써요”

입력 | 2010-05-11 03:00:00


《한자급수시험을 준비하는 학생 중에는 한자를 통째로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하는 학생이 많다. 낮은 급수일 때는 이 방법이 통할지 모른다.
하지만 급수가 올라갈수록 외워야 할 한자 수는 크게 늘고 글자 자체가 어려워져 합격과 거리가 멀어진다.》

이미 1급! 한자 달인 두 초등생 비법 대공개

한자급수시험 1급에 합격한광주동초등학교 충효분교 5학년 김승호 군(사진 위)과 대전상지초등학교 6학년 최자현양. 그래픽 이고운


초등학생 때 1급 시험에 합격한 ‘한자의 달인’들은 어떻게 한자공부를 했을까. 한자급수시험에서 1급을 받은 광주동초등학교 충효분교 5학년 김승호 군(11)과 대전상지초등학교 6학년 최자현 양(12)은 “생활 속에서 한자를 자주 사용하는 것이 비결”이라며 “더 높은 급수에 도전하다 보니 동기부여가 되고 합격할 때마다 성취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4급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한자를 한 자, 한 자 암기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던 김 군은 2급을 준비하면서 이 방식으론 2500자를 공부하는 것이 역부족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부수(部首)’에 대한 이해 없이 무작정 외우기가 어려웠던 것. 김 군은 부수를 확실하게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최 양은 부수를 공부할 때 그림으로 연상하며 암기했다. 예를 들어 ‘날 일(日)’ 부수는 동그란 해가 수평선에 걸친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는 방식으로 외웠다. 갓머리 부수(면)는 지붕이나 처마의 모습을 떠올렸다.

김 군은 “부수를 이해한 것이 한자의 뜻을 유추하는 데 큰 도움이 됐고 시험 때 모르는 단어도 연상해서 풀 수 있었다”고 했다. ‘집 가(家)’ ‘집 실(室)’은 갓머리 부수이기 때문에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으로 해석하고, ‘편안할 안(安)’은 지붕 아래에 쉴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라고 이해하는 식이다.

한자로 일기를 쓰는 것은 한자 달인들의 공통된 습관. ‘부모(父母)님과 사촌(四寸)형의 졸업식(卒業式)에 다녀왔다’ 같은 쉽고 짧은 문장으로 시작해 고학년 때는 ‘오늘 체육대회(體育大會)에서 학급(學級) 대항(對抗) 경기(競技)가 있었다. 선생(先生)님께서 일등(一等)한 나에게 칭찬(稱讚)을 해주셨다’ 같은 일기를 썼다. 그날 암기한 어려운 한자단어는 그날 일기에 최소 하나를 꼭 써본다는 규칙도 스스로 만들었다.

최 양은 좋아하는 책을 읽을 때 외운 단어를 공책에 한자로 써보면서 공부했다. 역사책에서 ‘고구려(高句麗)’ ‘선조(先祖)’ 등 단어가 나오면 공책에 한 번씩 써봤다. 신문기사를 읽을 때는 한자어에 형광펜으로 표시하고 문맥을 통해 의미를 유추한 후 공책에 단어와 한자어, 뜻을 적었다. 이 방법은 군사, 법학, 경제, 사회, 의학 용어까지 다양한 분야의 한자어가 출제되는 1급 시험에서 큰 효과를 발휘했다. 최 양은 “법 관련 신문기사에서 보았던 ‘금고(禁錮·교도소에 구치될 뿐 강제로 정역이 부과되지 않음)’나 정치 기사에서 공부했던 ‘절충안(折衷案)’ 등 어려운 단어 위주로 정리했다”면서 “신문, 책을 활용하니 지루하지 않으면서 어려운 한자어를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업시간 선생님의 설명 속에 등장하는 한자어의 의미를 자신만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일 때의 기쁨도 크다. 어려운 한자어가 귀에 ‘쏙쏙’ 들어와 한자공부를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됐다.

최 양은 “사회 시간에 선생님께서 ‘조상들이 여름을 나기 위해 이열치열로 삼계탕을 먹었다’고 설명하시면 친구들이 ‘이열치열(以熱治熱)이 무슨 뜻이야?’라고 묻는다”면서 “한자로 쓰면서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뜻이고 힘에는 힘, 강한 것에는 강한 것으로 상대한다는 뜻으로도 쓰인다’고 설명하면 친구들이 감탄한다”고 말했다.

급수시험에 출제되는 사자성어는 암기할 때마다 생활 속 표현으로 활용한다. ‘형설지공(螢雪之功)’을 공부하면 “엄마, 저도 반딧불(螢)과 눈(雪)에 반사되는 달빛을 의지해 책을 읽으며 고생해 공부했던 소년처럼 열심히 한자공부를 할 거예요”라고 말한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