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유족들 평택해군기지서 철수해군서 대신 사망신고 처리
천안함 침몰 희생 장병 유가족들이 임시 숙소를 떠난 8일 장병들이 경기 평택 시 해군2함대사령부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조문객을 위해 쓰였던 천막을 정 리하고 있다. 평택=장관석 기자
천안함 침몰 희생 장병 유가족들은 이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마지막’ 아침식사를 함께 한 뒤 개인 짐과 아들 또는 남편의 유품을 들고 임시숙소를 나왔다. 3월 26일 천안함 사건이 터진 뒤 43일 만이었다.
화창한 날씨에 해군 2함대사령부는 겉보기엔 평온한 분위기였으나 유가족들은 아직도 복받쳐 오르는 감정 때문인지 희생 장병들의 유품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다. 고 박석원 상사의 아버지 박병규 씨(56)는 아들의 숙소에 있던 컴퓨터와 냉장고, 신시사이저를 룸메이트에게 남겨주고 왔다. “가지고 가면 마음이 아플까 봐 그러지….”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한 박 씨는 아들이 근무한 제2함대 정문을 한참 동안 말없이 쳐다보기만 했다.
특히 희생 장병들의 사망신고는 ‘어려운 과제’였다. 가족의 손으로 직접 사망신고서를 작성하기가 망설여지고 시신도 찾지 못한 산화자(散華者) 유가족들은 법적으로 ‘산화’라는 용어가 없기에 고통이 더했다.
이런 고충을 알게 된 해군이 남기훈 원사의 시신이 발견됐던 4월 3일 오후 6시 7분을 사망시각으로 추정해 산화자를 포함한 39명의 사망신고를 4일 백령도 면사무소에 대신 해줬다. 개별적으로 사망신고를 한 7명의 가족을 제외하고 이 39명은 6일 사망신고 처리가 끝났다. 산화자인 박경수 상사의 사촌형 박경식 씨는 “유가족들 고민을 해군이 덜어줘 그나마 다행이었다”며 고마워했다. 박병규 씨는 “희생 장병들을 추모하는 게 유가족들의 도리인 것처럼 이런 유가족들의 아픔을 국민이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그게 살아남은 자들의 도리”라고 말했다.
희생자를 위한 49재를 위해 평택에 남은 유가족 30여 명은 부대 앞 해군콘도에 머물다 13일 막재를 마치면 해산할 예정이다. 또 다음 주로 예정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특별위원회 2차 회의 참석과 희생 장병 100일 추모제 준비 등을 위해 대표단 4, 5명도 당분간 이곳에 머물 예정이다.
평택=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