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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빛낼 대한민국 100인]잡스-세종대왕에 자극받고, 베토벤-히치콕을 질투하며…

입력 | 2010-05-10 03:00:00

100인의 가슴을 뛰게 만든 역할모델은

모차르트 닮고 싶다는 의사
“장애아 입양부모 존경” 교수
직업 경계 넘어 영감 빌려




‘베토벤. 그가 고난의 연속인 삶을 뚫고 나갈 때 용기를 느끼며, 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정에서 감동을 받고, 자신이 작곡한 곡을 들을 수 없는 고독한 운명에서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사랑을 느낀다.’

소설가 신경숙 씨가 자신의 역할모델(role model)로 음악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을 꼽으며 붙인 설명이다. 내밀한 감성과 섬세한 문체로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작가에게 영감을 불어넣은 이는 불우했던 악성(樂聖)이다.

 


100인은 대부분 자신만의 뚜렷한 역할모델을 품고 있었다. 이들은 삶의 푯대로 삼을 누군가를 깊이 있게 구체적으로 탐구했다. 왜 존경하고 따르는지에 대한 이유 역시 명확해서 역할모델이 자신의 가치관과 태도에 녹아들어 한 몸이 됐음을 보여 줬다.

○ 이래서 나의 영웅

가장 많이 제시한 인물은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 ‘생각의 일탈’을 통해 시대를 앞서가는 거침없는 도전과 창의성에 자극을 받는다며 6명이 선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은 세종대왕을 동시에 꼽았다. 임진왜란 때 조선의 영의정을 지낸 유성룡도 들어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무능하고 의심 많고 변덕스러운 왕을 모시고 반대파의 온갖 비난을 받으면서도 국난 극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흠모 이유를 썼다.

기업인 상당수는 세계적 기업을 일군 창업자를 언급했다.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은 일본 마쓰시타전기를 세운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회장을 꼽으면서 “가난, 허약, 못 배움이라는 세 가지 은혜를 타고났다”라고 밝힌 긍정의 철학을 높이 평가했다.

모리타 아키오(盛田昭夫) 소니 창업자는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어려서부터 따르고자 했던 경영자. 이 밖에 ‘장사의 신’으로 불리는 중국 최고의 거상 호설암(胡雪巖)이나 세지마 류조(瀨島龍三) 이토추종합상사 회장,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도 나왔다.

김기영(한국)과 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일본), 앨프리드 히치콕(미국) 3명의 영화감독은 봉준호 감독이 본받고 싶다고 밝힌 거장이다.

○ 갈매기에게서도 배운다?

자신에게 영감을 준다면 분야나 직업의 경계를 넘어서라도 따르려고 했다. 음악의 거장 모차르트를 역할모델로 꼽은 찰스 리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가 대표적. “음악에 대한 열정과 창작에 대한 헌신, 완벽함을 추구한 태도를 본받고 싶다”는 게 이유다. 첼리스트 장한나 씨는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이 닮고 싶은 위인이라고 말했다. 독학으로도 꾸준히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몸소 보여준 리더이기 때문이라는 설명.

소설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갈매기 ‘조너선 리빙스턴’은 남홍길 포스텍 교수를 자극하는 존재이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 더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편견과 과감히 싸우는 리빙스턴의 열정과 확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임지순 서울대 교수는 “장애아나 지체아를 입양해 가족으로 삼은 부모를 가장 존경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열정과 헌신을 자신의 분야에서 본받아야겠다는 강렬한 격려와 자극을 받는다는 말이다.

○ 역할모델은 바로 당신

김기문 포스텍 교수는 자신의 역할모델인 J P 콜먼 스탠퍼드대 교수에 대해 “평생 연구와 교육에만 몰두하며 아무런 보직도 맡지 않았고 팔십 가까운 나이에도 열정을 갖고 제자를 격려한다”고 설명했다. 작가 노희경 씨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잊지 못한다. 끝없이 더 가지려 하며 상처받기와 상처주기에 적합한 요즘 세태 속에서 “아이고, 밥 세 끼 먹고 살면 됐지, 욕심도 무서버라, 너는 그리 살지 마라”며 지혜를 주는 분이기 때문이다.

3차원(3D) 기술업체 스테레오픽쳐스코리아의 성영석 대표를 자극하는 사람은 자신의 아들이다. 창의적인 말과 자신감 있는 모습, 거짓 없고 꾸밈없는 태도가 회사 경영의 나침반이 된다는 얘기. 안철수 KAIST 석좌교수는 특정 인물을 거론하는 대신 소설가 조정래 씨의 말을 인용해 “자신의 노력이 자기 스스로를 감동시킬 정도가 되는 모든 사람”을 제시했다.

일부는 전인미답의 길 앞에서 특정한 역할모델을 찾지 않으려 했다.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 씨는 “정확한 역할모델이 있다면 내 가슴이 이렇게 매일 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정연두 현대미술 작가는 “세상에는 본받고 싶거나 자극을 주는 사람이 너무 많다. 단지 내가 그들을 한결같이 받아들일 마음이 있는가에 가끔 의문이 든다”며 겸손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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