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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이 사회 봉사? 하늘이 내린 축복이죠”

입력 | 2010-05-11 03:00:00

■ ‘특별한 입양’ 세 가족 이야기

○ 남들이 꺼리는 남아 입양
백혈병 완치된 아내가 결심 “내 배로 낳은것과 다름없어”

○ 병력있는 아들 입양
선천적 심장병 앓았던 둘째 “사랑으로 못이길 병 없어요”

○ 신생아 마다한 부부
파양아 이어 미숙아도 품에 “대학생 외아들이 더 좋아해”




9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 자택에서 만난 강정훈 진길순 씨 부부. 진 씨의 백혈병 투병 이후 입양을 선택한 이 부부는 아들 지원 군과 딸 규원 양을 “하늘이 내려준 축복”이라고 했다. 변영욱 기자

“아이를 쇼핑하듯 고를 수는 없는 거잖아요?”

국내에서 입맛에 맞는 입양이 점점 느는 추세에서 대부분의 입양 신청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남자아이, 장애아, 파양아(罷養兒·양자 관계가 도중에 끊어진 아이)를 입양한 가족들이 있다. 이들은 “입양을 마치 무언가 남을 위해 봉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아이를 가지게 된 사실 자체에서 행복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11일 제5회 입양의 날을 맞아 입양으로 행복을 얻은 세 부부의 사연은 진한 감동을 전해준다.

○ “입양은 하늘이 준 축복”

9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 집에서 만난 강정훈(40), 진길순 씨(40·여) 부부는 마음으로 품은 아들 지원(3)과 딸 규원(1)을 소개했다. 부부는 2007년과 2009년 각각 입양한 두 아이를 “하늘이 내려준 축복”이라고 했다.

진 씨는 1997년 백혈병으로 3개월밖에 못 산다는 판정을 받았다. 동갑내기 남편과 결혼한 지 6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진 씨는 남편의 지극정성과 함께 항암치료의 고통을 참아내며 2002년 기적처럼 완치됐다.

진 씨는 ‘살았다’는 것만으로 감사했다. 하지만 “결혼하면 아이 4명은 낳자”는 남편과의 다짐을 잊을 수 없었다. 항암치료를 계속해 자궁에 문제가 생긴 진 씨는 입양을 결심했다. 처음에는 사회에 봉사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첫아이를 입양한 뒤 모든 생각이 바뀌었다. 진 씨는 ”입양을 해보면 누군가를 돕는다는 생각보다 입양 덕분에 내가 행복해진다는 생각만 남는다”고 말했다. 이 부부는 지난해에는 지원이의 동생 규원이도 입양했다.

“입양 순간 내 배로 낳은 아이와 차이가 없어요. 그냥 내 아이인 거지 어떻게 내 아이가 생겼는지, 어떤 과거가 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도 생각나지도 않아요. 임신해 낳는 아이도 고르진 않잖아요.”

○ “몸에 병 있어도 내 아이”


유해연, 이덕희 씨 부부는 수차례 출산에 실패한 뒤 고민 끝에 입양으로 두 아들을 얻었다. 이 가운데 둘째 아들 영모(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선천적 심장질환을 타고났지만 완치돼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유 씨 가족이 지난해 11월 강원 양구군에서 가족캠핑을 할 때의 다정한 모습. 사진 제공 유해연 씨

수차례 출산에 실패한 유해연 씨(50)와 부인 이덕희 씨(48)는 2003년에 첫째 성모(7), 2008년에 둘째 영모(2)를 입양했다. 이 가운데 둘째 아들 영모는 선천적 심장질환 병력을 갖고 있다.

입양시설에 있을 당시 영모는 심장에 구멍이 뚫려 피가 제대로 순환이 안 되는 병을 앓고 있었다. 이 때문에 국내 입양 대상이 아니라 해외로 가려고 대기 중이었다. 순서가 돌아올 때마다 뒤로 밀리고 밀려 12개월이나 위탁모의 손에서 컸다. 그러던 중 기적이 일어났다. 2008년 아이의 병이 1년 만에 자연 치유된 것이다. 그해 둘째를 입양하기로 결정하고 보육시설을 찾은 유 씨 부부는 영모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유 씨는 “처음 안아봤을 때 방긋방긋 웃는 게 ‘이 아이다’ 싶었다”고 회상했다. 입양시설에서는 아이의 심장질환 병력을 전하며 머뭇거렸지만 수줍게 웃는 영모의 모습이 부부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마침내 부부는 입양을 결정했다.

유 씨는 “혹시나 후유증으로 고생할까 걱정은 되지만 지금처럼 사랑만 듬뿍 주며 키우면 못 이길 병이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둘째는 부부의 사랑 속에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왜 병력이 있는 아이를 입양했느냐는 주변의 질문에 유 씨 부부는 “내 아이가 몸 아프다고 사랑하는 마음이 변하나요”라고 되물었다.

○ “밝게 자라주면 그걸로 기쁠 뿐”

한동숙 씨(49·여)는 미라(가명·7)를 처음 보던 날을 잊을 수 없다. 2007년 네 살이던 미라는 한 가정에 입양됐다 파양이 돼 돌아왔다. 엄마 손을 떠나 한 씨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미라는 펑펑 울었다. 미라는 며칠 뒤 만난 한 씨에게 “엄마는 세 번째 엄마”라고 말했다. 한 씨의 마음이 찡했다.

보통 입양부모들이 신생아를 원하지만 한 씨 부부는 이례적인 선택을 했다. 미라는 네 살이라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는 데다 파양아였기 때문이다. 한 씨 부부의 특별한 선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8년 미라에 이어 미숙아였던 미루(가명·5)를 입양했다. 이미 대학생으로 장성한 친아들이 있었고 가정 형편도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부부는 늘 입양을 원했고 제안이 들어오자 조건 없이 받아들였다.

한 씨는 “사회에 공헌한다는 생각도 없고 아이들에게 대단한 걸 물려주려는 것도 아니다”며 “부모가 있었으면 더 큰 꿈을 펼칠 수 있는 아이들이 그러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을 뿐”이라고 말했다. 미라와 미루는 어느덧 친자매처럼 지낸다. 한 씨는 “갑자기 두 명의 어린 여동생을 얻게 된 아들도 늘 혼자여서 외로웠던 때문인지 아이들을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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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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