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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임우선]‘동남아 구애’ 치열해지는 韓中日 삼국지

입력 | 2010-05-11 03:00:00


“캄보디아를 우리의 새로운 멤버로 모십시다.”

아시아지역 무역진흥기관 모임으로 13, 14일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무역진흥회의(ATPF)’ 연차회의에서 KOTRA는 캄보디아를 ATPF 신규 회원국으로 추천할 예정이다. 일본과 중국 등 다른 회원국들도 이를 지지해 캄보디아는 이번에 정식회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변방’에 머물렀던 캄보디아를 향한 한중일의 달라진 태도는 최근 높아진 동남아 국가들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이들 나라는 풍부한 자원과 함께 지난해에도 선진국의 몇 배에 달하는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최근 한중일이 이들 국가 잡기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이 지역에서 경제적 파워를 키우는 것은 향후 아시아 역내의 정치외교적 주도권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중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국가에 전폭적인 원조를 펼치고 있다. 막대한 외환 보유액을 바탕으로 도로, 전력, 항만 등 인프라 건설은 물론이고, ‘메콩 강 유역 개발 프로젝트’와 같은 초대형 사업도 진행 중이다.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 자원 부국에는 더욱 집중적인 원조를 제공한다. KOTRA에 따르면 2008년 현재 중국의 원조 대상국은 97개에 이른다.

1961년부터 OECD DAC 멤버로 활동해온 일본은 아시아 지역에 2008년 한 해 동안만 10억736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했다. 같은 해 우리나라의 전체 공적개발원조(ODA) 규모(8억200만 달러)보다도 많다. 일본은 나아가 “메콩 강 유역 개발에만 향후 3년간 5000억 엔 이상을 지원하겠다”고 공표한 상태다.

한국은 OECD DAC 회원국이 됐지만 ODA 규모 면에선 사정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2008년 ODA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OECD 30개국 중 27등을 했다. 부자 나라들에 비해 ‘주머니가 가벼우니’ 어쩔 수 없다지만 ‘돈이 없다’는 말만 하기엔 최근 중국 일본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머니 파워’ 대신 ‘소프트 파워’로 매력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동남아 국가들에 정보기술(IT) 의료 새마을운동 증권거래소 등 한국의 경제개발 성공 사례를 전수해 마음을 얻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4년 사업 시작 이래 아시아에서 이 같은 도움을 받은 나라는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3개국에 불과하다. 동남아 지역의 마음을 얻는 것은 향후 아시아 역내의 정치외교적 주도권을 잡는 것과도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매력적인 이웃’이 되기 위한 더 많은 노력과 아이디어가 절실하다.

임우선 산업부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