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악오페라 ‘라보엠’노래 ★★★☆ 관현악 ★★★★ 연출·무대 ★★★
‘라보엠’ 4막. 아픈 몸으로 가난한 예술가들의 하숙방에 돌아온 미미(강경해·왼쪽)를 로돌포(국윤종·왼쪽에서 두 번째)가 돌보는 가운데 친구들이 미미의 상태를 걱정하고 있다. 사진 제공 영앤잎섬
마지막 날인 7일 공연에서 최승한 씨가 지휘한 이 악단은 각 악기군 사이의 밸런스와 투명한 음색이 돋보였다. 아리아 ‘내 이름은 미미’에서 4월의 따사로운 햇살을 묘사하는 목관악기군과 새순이 움트듯 힘을 더하는 저음현의 조화는 관능적이었다. 여러 일정을 소화하는 다른 관현악단과 달리 이 공연에 많은 시간을 들일 수 있었던 것도 이유겠지만, 20대 초반의 국내 음악도들이 이뤄낸 성과에 격려를 보내고 싶다.
주요 배역진 중에는 미미 역 강경해 씨의 차분하면서도 세공(細工)이 깃든 표현력이 돋보였다. 마르첼로 역 이상민 씨의 허식 없는 연기와 적절한 윤기가 느껴지는 음성도 만족스러웠다. 로돌포 역 국윤종 씨는 이지적이고 섬세한 음색을 지녔지만 아리아 ‘그대의 찬 손’에서 관현악의 강주 속에 이따금 목소리가 묻혀버렸다. 무세타 역 김수진 씨는 대체로 흠잡을 데 없는 노래를 들려주었지만 극중 대표곡인 ‘무세타의 왈츠’에서 관현악과의 호흡이 완전하지 않았다.
자막 번역은 비교적 매끄러웠다. 그러나 ‘그대의 찬 손’에 나오는 ‘Castelli in Aria’는 ‘대기의 순환’이 아니라 ‘공중누각’ 정도로 번역했어야 했다. 영어로 직역하자면 ‘Castles in the Air’다. 미미가 1막 끝에서 로돌포를 부르는 ‘Signor’(영어의 ‘Mister’에 해당)를 ‘주인님’으로 번역한 것도 껄끄러웠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