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에 덮친 백내장… 실명 위협을 인공수정체로 극복한다고려대 안암병원 안과 조절성 인공수정체 삽입술
나이 탓인가 싶었는데 점차 눈앞이 흐려지고 뿌옇게 보였다. 집 앞 계단을 내려갈 때에도 난간을 붙잡아야 했다.
눈이 나빠져 식당 일에서도 크고 작은 실수가 늘었다.
겹쳐 보이는 그릇을 집어들다가 깨뜨리기도 하고, 음식을 조리할 때에도 양념통을 구별하기 어려웠다.
책을 보거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는 것도 포기했다. 계산기를 쓰거나 돈을 셀 때 실수도 잦아졌다.
결국 김 씨는 고려대 안암병원 안과를 찾았다.》
정밀검사 후 30분 수술로 1.0 시력 되찾아
○ 생활 패턴에 따라 다른 인공수정체 삽입
인공수정체의 종류에 따라 개선 효과가 다르다. 생활 패턴을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김 씨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돋보기를 쓰는 것이 거추장스럽기 때문에 조절성 인공수정체를 추천받았다. 김 씨는 그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출시된 크리스털렌즈HD를 선택했다. 사람의 수정체처럼 보는 거리에 따라 자동으로 초점을 맞출 수 있어 근거리 원거리 중간거리 등 모든 거리에서 시력 개선 효과가 있다. 지난해 고려의대, 울산의대, 연세의대, 성균관의대 등 4개 대학 전문의가 참여한 국내 임상에서도 같은 결론을 확인했다. 또 수술 후에도 빛 번짐 같은 부작용이 없어 편안하게 적응할 수 있다는 평을 받았다.
○ 수술은 30분 만에 끝나
김 씨는 수술 당일 아침을 금식한 뒤 병원에 입원했다. 수술을 위해 동공을 키우는 약물을 넣고 수술방으로 이동해 국소 마취를 받았다. 조절성 인공수정체 삽입 수술은 일반 백내장 수술과 같이 각막을 작게 절개한 뒤 초음파로 혼탁한 수정체를 제거한다. 그 후 주사기 모양의 기기에 인공수정체를 접어 얹은 후, 절개 부위를 통해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면 끝난다. 수술 시간은 30분 이내. 김씨는 수술 후 3시간 정도 누워 휴식을 취한 후에 당일 퇴원했다.
수술을 집도한 김효명 고대 안암병원 안과 교수는 “조절성 인공수정체 삽입술은 정확한 도수 계산에 의해 인공수정체를 삽입해야 하므로 수술 전 몇 가지 특수 검사가 필요하다”면서 “이전에 눈 안에 수술을 받았거나 백내장 이외에 망막질환이나 시신경질환을 가지고 있을 경우, 시력 개선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수술 뒤 바로 다음 날부터 시력 개선 효과를 경험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야가 더욱 또렷해졌다. 잘 보기 위해 눈을 찡그려야 할 필요도 없었다. 수술 직후엔 먼 거리부터 잘 보이더니, 보름 정도 후에는 중간거리, 근거리 모두 선명해졌다.
김 씨는 수술 전 좌우 원거리 시력이 평균 0.3에서 수술 후에는 최대 1.0까지 향상됐다. 중간 거리 시력 역시 0.6∼0.7로 개선됐다. 또 식당 카운터에서 계산을 할 때나 그릇을 옮길 때에도 편안해졌고 요리를 할 때에도 자그마한 양념통이 잘 보였다.
김 씨는 수술 다음 날, 일주일 뒤, 3주 뒤 검진을 받았다. 수술 후 불편함이 있었다면 수술 초기에 눈을 비비지 못하도록 안구 보호대를 잠시 착용한 것뿐이다. 백내장 수술 후에 눈이 부시거나 사물이 번져 보이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지만 김 씨에게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