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부터 잉글랜드, 남아공, 네덜란드 응원단.
○ ‘시각 vs 청각’…같은 대륙, 다른 응원 문화
세계 축구는 힘과 파워로 무장한 유럽축구와 개인기와 유연성을 앞세운 남미축구로 양분된다. 하지만 응원에서만큼은 이런 구분이 통용되지 않는다. 같은 대륙 안에서도 상반된 응원 문화를 키워온 국가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AC밀란의 챔피언스리그 장면을 보면 이런 차이를 금방 알 수 있다. 끊임없이 응원가, 박수, 구호로 상대를 압박하는 맨유 팬들과 달리 AC밀란 응원단은 대형 현수막, 연막탄, 조명탄, 깃발 등 시각적 장치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런 차이는 대표팀 응원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시각적 청각적 효과를 함께 극대화한 응원단도 있다. 오렌지군단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응원단은 경기장을 오렌지색으로 뒤덮어서 상대에게 시각적으로 위압감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튜바, 트럼펫 등을 부는 오렌지 후터스(The Orange Hooters) 밴드의 연주와 육성 응원이 더 유명하다. 네덜란드 응원단의 공식 명칭도 ‘오렌지후터스’일 정도다.
○ 남아공에서 기대되는 롤리건의 활약
응원 전쟁이 때론 훌리건의 난동으로 비화되기도 하지만 신사적인 문화로 귀감이 되는 국가도 적지 않다. 열정적이고 단합된 응원 속에서도 수준 높은 질서의식을 보여주며, 전매특허 ‘길거리 응원’을 전 세계에 수출한 붉은악마와 비교할 수 있다.
1985년 유네스코 ‘페어플레이 상’을 받은 덴마크의 롤리건(roligan)이 대표적이다. ‘조용하고 질서 정연하다(rolig)’는 의미의 롤리건은 광적이지만 질서 있는 응원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 아프리카 응원, 토속악기들의 향연
남아공 올림픽에서 주목해야 할 응원단은 토속 악기들과 현란한 춤으로 무장한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홈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리듬감 있는 아프리카 응원의 진수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단체로 녹색 티셔츠를 입고 젬베, 두둠바, 발라폰 등 전통 타악기 연주에 맞춰 전통춤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한 남아공의 응원은 마치 음악 축제를 연상케 한다.
우리와 맞붙을 나이지리아 응원단은 흰색과 녹색 줄무늬가 선명한 응원복을 맞춰 입고 끊임없이 전통 나팔과 피리를 불며 전통 춤사위를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기가 안 풀릴 때면 ‘오야추구노가자(하느님은 우리의 힘)’라는 노랫가락을 통해 선수들에게 기운을 북돋는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