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등 3DTV 경쟁“월드컵을 가정파급 계기로”
파울을 지적하는 심판의 휘슬 소리와 함께 박지성과 교체된 이청용이 카메라를 향해 걸어오더니 그대로 TV 브라운관을 통과해 거실까지 들어온다. 중계를 보던 남자에게 음료수가 든 컵을 받아들고 소파 옆 자리에 앉는 이청용. 이어 ‘슛 골인’ 소리에 이청용이 벌떡 일어나 환호하며 다시 화면 안으로 쑤욱 들어가 박지성과 껴안고 기쁨을 나눈다. 이어 뜨는 ‘3D 입체영상으로 진짜에 더 다가서다’라는 광고 카피. 삼성전자가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최근 선보인 3D TV 광고의 한 장면이다.
아무리 입체 영상이라 해도 TV 속 인물이 거실 소파 옆자리까지 들어오기야 하겠냐마는 입체 영상 시대가 빠르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추세다.
다음 달 11일부터 한 달간 진행되는 남아공 월드컵의 총 64경기 중 대부분이 3D로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 입체 영상 부문 콘텐츠 제작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미국의 대표적인 스포츠 채널 ESPN이다. ESPN은 3D 콘텐츠 전문 채널인 ‘ESPN 3D’를 월드컵 개막일인 6월 11일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ESPN은 올해 월드컵을 포함해 최소 85경기를 3D 영상으로 생중계할 계획. 이후 종목을 여름 X게임, 미국 프로농구, 대학 농구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내에서는 위성방송 채널인 스카이라이프가 LG전자와 손잡고 지난해 12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스노보드 월드컵 스노잼 대회 장면을 일부 초보 단계의 3D로 제작한 게 시작이다. 이후 방송사들이 힘을 모아 속도를 더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6일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 방송 4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3D 시험방송을 별도 채널 66번을 통해 19일부터 실시한다고 밝혔다. 남아공 월드컵에선 한국 경기와 북한 경기, 대회 준결승과 결승 등 한국 시청자들이 관심을 갖는 25개 경기를 지상파 정규 방송시간과 동일하게 66번 채널을 통해 생방송할 예정이다. 이 채널은 서울과 경기 일부 등 수도권 지역 3D TV를 보유한 가정에서 볼 수 있다.
영화 ‘아바타’를 통해 극장에서 먼저 성공을 거둔 3D 영상이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일반 가정까지 급속하게 파급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