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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오프블로그/트렌드]마치 한 편의 ‘미드’ 보는 듯…

입력 | 2010-05-12 03:00:00

비디오게임 ‘앨런 웨이크’
18일 한국-미국 동시 발매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가 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질문이 거창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재미가 아닐까. ‘로스트’ ‘프리즌 브레이크’ ‘그레이 아나토미’ 등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를 휩쓴 ‘미드(미국 드라마)’들이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결국 재미였다. 구체적으로 따지면 기-승-전-결이 확실한 구조, 에피소드 형식의 탄탄한 시나리오, 동호회와 카페로 대표되는 온라인 입소문 등이 흥행 비결이 될 듯하다.

18일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발매되는 ‘엑스박스360’용 비디오 게임 ‘앨런 웨이크’는 미드의 흥행 공식이 그대로 담긴, 아예 미드를 표방한 게임으로 이미 개발 전부터 명성을 얻었다. 소설가인 주인공 앨런 웨이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 게임은, 앨런이 어두운 마을 ‘브라이트 폴스’에서 사라진 약혼녀를 찾아내는 것이 주 내용이다. 빛과 어둠, 현실과 비현실 등 대립 구도를 통해 긴장감을 유발하는 심리 액션 스릴러 게임.

핀란드 개발사 ‘레메디 엔터테인먼트’가 5년간 만든 이 게임은 ‘한 판’ ‘다음 판’ 이런 구성이 아니라 에피소드로 나뉘어 있어 마치 한 편의 미드를 보는 듯하다. 최근 게임 홍보차 내한한 앨런 웨이크의 개발자 오스카리 헤키넨 씨(31·사진)는 기자를 만나 “게임도 드라마도 점차 영역이 없어지고 있다”며 “드라마를 보는 건지, 게임을 하는 건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 이 게임의 매력이자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게임 속 주인공의 대사는 외화처럼 아예 한국어 자막으로 처리했다.

이 게임을 관통하는 전체 주제는 ‘인간 본성에 내재된 근원적인 공포’다. 이를 위해 헤키넨 씨는 ‘빛과 어둠’이라는 대립 구도를 게임 곳곳에 세웠다. 어두운 마을에서 주인공이 빛을 얻어야 적을 무찌를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 ‘브라이트(밝은) 폴스’라는 마을 이름이나, 주인공의 성이 ‘웨이크(일어나다)’인 것도 빛과 어둠의 대립이라는 테마를 위한 의도적 장치들이다. 그는 “음침하고 스산한 분위기는 소설가 스티븐 킹, 영화감독 앨프리드 히치콕 등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독특한 구성 때문에 북미 지역을 비롯한 비디오 게임 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기대작으로 꼽았다. 특히 한국에서 미드 열풍이 거세지자 미국과 함께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하는 마케팅 계획도 세웠다. 온라인 게임 강국인 한국에서 앨런 웨이크가 과연 미드 열풍을 등에 업고 성공할 수 있을까. 그의 대답은 “(미드를 좋아하는 한국인이라면) 물론(Sure)”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게임, ‘미드’가 아니라 ‘미게(미국 드라마를 표방한 게임)’ 아닐까.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한 편의 미국 드라마를 보는 듯한 형식의 비디오 게임 ‘앨런 웨이크’. 사진 제공 한국마이크로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