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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VIP 문화마케팅 ‘업그레이드’

입력 | 2010-05-12 03:00:00

‘티켓 제공’서 ‘은밀한 초대’로 진화

돈으로 못사는 특별 경험 제공
최고 대접으로 ‘충성도’ 지키기





“오페라 ‘세미라미데’에 초청하려는데 오실 수 있으신지요?”

최근 롯데백화점은 ‘MVG-P’(VIP 고객 중 최상위 고객으로 지난해 매출 5000만 원 이상) 고객 50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고객들은 18일 서울 예술의 전당 VIP석에서 공연을 감상하기 전 ‘롯데 전용 다과 바(bar)’에서 고급 음료와 쿠키, 프로그램 북과 주차권을 무료로 제공받는다. MVG 담당 실장이 공연장에 나가 이들을 맞이한다.

VIP 고객을 붙잡기 위한 백화점의 문화 마케팅이 변화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인기 가수가 출연하는 공연 티켓을 대량으로 뿌리면서 홍보하던 백화점 문화 마케팅은 2007년경부터 클래식 공연과 케이터링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좀 더 세련된 느낌을 줬다. 이제는 음악회뿐만 아니라 발레, 시낭송 등 인문학 장르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배타적인 ‘은밀한 초대’로 바뀌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MVG 고객 40명을 초청해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주원 씨에게 발레를 배우는 시간을 마련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장천아트홀을 빌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씨의 연주와 토크쇼, 음반 사인회를 열어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18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요요마&실크로드 앙상블’ 공연에 VIP 고객 300명을 초청했다. 이달 말에는 구매 실적 상위 999위에 속하는 ‘트리니티’ 회원만 초청해 골프 대회를 연다. 지난해 상반기엔 엔니오 모리코네 콘서트, 하반기에는 러시아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카르멘’에 각각 VIP 500명을 초청했다.

현대백화점은 26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펼쳐지는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현대백화점 VIP 고객 800∼1000명을 초청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올해부터 VIP 대상 행사를 대규모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이 공연에 초대한 최우수고객들에게 쿠키와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백화점 측은 이런 문화마케팅을 통해 각종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피드백을 신속히 접수한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조수미 씨의 한국 공연 때 좌석이 지정된 티켓, 쿠키 및 커피권, 주차권을 따로 디자인해 고급스러운 봉투에 넣어 고객에게 전달했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뒤에서 VIP 고객들이 조 씨와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공연 티켓을 구매할 능력이 있는 VIP 고객에 대한 문화 마케팅의 초점은 ‘돈으로 살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주는 데 있다”고 했다. 이 백화점은 문화 행사 초대 시 전화하는 양식, 안내, 질문에 대한 답을 매뉴얼로 만들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MVG 고객 김혜심 씨(63)는 “다른 곳에서 초청받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느낄 정도로 융숭하게 대접한다”면서 “이 혜택을 누리기 위해 MVG 자격을 유지하려고 다른 곳에서는 쇼핑하지 않는다”고 했다.

백화점 업계는 문화행사가 고객에게 미치는 파급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문화홀을 운영하는 3개 점포를 대상으로 2009년 영업실적을 조사해 보니 본점의 경우 문화홀 이용 고객의 연간 평균 구매액은 586만2000원으로 일반 고객의 6배에 이르렀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8월 부산 광복점, 경기 일산점, 서울 청량리역사점에 문화홀을 새로 열기로 했다. 2011년 1월 서울 영등포점에도 문화홀을 마련한다. 현대백화점은 서울 압구정 본점 등 전국 7개 점포 외에 8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점에도 문화홀을 연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