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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Q] 어딜가나 동이동이 효주의 봄날이에요

입력 | 2010-05-12 07:00:00

배우 한효주가 팬들과 함께 춘천 가는 기차를 타고 꿀맛 같은 출사를 떠났다. MBC 드라마 ‘동이’에 출연 중인 그녀는 모처럼의 휴식에 긴장을 풀고 배우 한효주가 아닌 자연인 한효주로서 친숙한 모습을 보였다.


■ 한효주, 춘천가는 열차 속에서 그녀를 만나다

“진짜 소풍가는 것 같아요.”

5일 어린이날. 어린이들이 가장 신나는 이 날, 한효주 역시 잔뜩 들떠 있었다. 전날 새벽까지 드라마 ‘동이’의 촬영이 이어진 탓에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여행에 나서면서 그녀는 어린 시절의 기억까지 새록새록 떠오르는 듯 했다. “아빠가 군인이셔서 초등학교 때 떨어져 살았어요. 주말마다 아빠를 보려고 기차를 타고 왔다 갔다 했는데…. 그때 이후로 기차를 처음 타는 것 같아요. 기차에 타면 계란이랑 사이다를 먹어야 진정한 기차 여행이라 할 수 있죠. (흐뭇한 표정으로 계란을 오물조물 먹으며)금강산도 식후경인데 먹으면서 얘기해요.(웃음)”

“춘천행 열차를 이용해주시는 고객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기관사의 목소리와 함께 기차가 서울 청량리역에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경기도 가평 자라섬. 그녀가 모델로 있는 카메라의 출사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화창한 5월에 모처럼 맞은 그녀의 한나절 여행에 스포츠동아도 함께 기차에 몸을 실었다.



● ‘동이’로 사는 요즘…“동이씨 곱네 고와” “호호호 감사드려요”

무궁화호 객차 안에는 어린이날을 맞아 여행을 떠나는 가족, 연인 단위의 승객들로 넘쳐났다. 한효주가 타자 “어? 동이 아니야? 한효주 맞지?”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동이’의 애청자라는 할머니는 “어유, 동이씨(?) 너무 예쁘네. 드라마 잘 보고 있어요”라며 인사를 했다. 한 초등학생 남자 어린이는 “동이 누나, 사인 한 장만 해주세요. 어린이날 동이 만났다고 자랑하게요”라며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종이와 펜을 내밀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동이’의 반응을 느껴본 것이 처음”이라는 한효주는 연신 밝은 얼굴로 쏟아지는 폰카 세례와 사인 공세에 화답했다. 그녀를 보고 ‘동이씨’라고 부른 할머니의 말처럼 한효주는 요즘 동이로 살고 있다. “촬영할 때는 힘들고, 피곤하고, 졸리고 배도 고파요. 그런데 정말 정신없이 재미있게 연기하고 있어요. 스스로 열심히 살고 있다고, 보람찬 일을 하고 있다고 다독거리기도 해요. 오늘처럼 이렇게 팬들이 잘 하고 있다고 칭찬하면 며칠은 신나게 촬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이영애와의 비교?…일단 열심히 연기,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죠

드라마 속에서 동이는 천인 출신으로 장악원에 들어가고, 감찰부 궁녀가 되며 성장하고 있듯 배우 한효주도 조금씩 성장하는 중이다.

“지금은 명랑 쾌활한 동이의 모습이지만 숙종의 승은을 입으면서 시련도 많아지고, 위기의 순간도 많을 거예요. 내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디테일하게 설명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배우 한효주도 동이를 만난 후 연기의 폭을 넓혀가면서 한계를 극복하는 중이거든요.”

한효주가 이병훈 감독의 신작 ‘동이’의 주인공이 된다고 알려졌을 때 제일 먼저 그녀와 함께 떠오른 인물은 바로 ‘대장금’의 이영애였다. 과연 그녀가 ‘포스트 이영애’라는 수식어를 소화할 수 있을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다행히 지금까지 한효주는 그 기대에 잘 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영애 선배와의 비교는 피할 수 없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부딪히면 받아들이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처음보다 책임감이 무거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방송 이후에 바로 바로 반응들을 살필 수 있으니까요. 연기도 그렇지만 아프지도 말아야 하고, 스스로를 잘 관리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깨달았죠. 이영애 선배와의 비교는 그 다음 문제인 것 같아요.”


● 동이가 말하는 ‘동이’ 식구들…자유인 천수, 애아빠 숙종, 최강깜찍 장희빈

한효주는 ‘동이’ 식구들과 부쩍 친해진 요즘이 참 즐겁다고 했다. 신인 시절에는 연기 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같이 출연하는 사람들과 친해질 여유가 없었다. 그나마 몇 해 전부터 조금의 여유를 갖게 됐다고. “며칠 전에는 같이 대본을 기다리다가 엉겁결에 회식을 했어요. 새벽 6시가 넘어서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놀았는데 서로를 걱정하고 격려하는 모습에 ‘이제 다 한 식구네’라고 느꼈죠.”

‘동이’ 식구들 중 한효주가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은 바로 차천수역의 배수빈이다.

“수빈 오빠는 쉬는 날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려요. 얼마 전에는 소속사도 연락이 안됐다고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혼자 템플스테이를 갔대요. 우리끼리는 ‘자유로운 영혼 천수’라고 불러요.(웃음) 지진희 선배님은 완전 애 아빠예요. 어딜 가나 아들 자랑이죠. 그리고 (이)소연 언니는 악역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제일 귀여운 사람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언니가 다음 작품에서 로맨틱 코미디를 하면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이병훈 감독님이요? 감히 제가…, 감독님은 노코멘트 할게요 하하.(웃음)”


● 연기 대상?…상에 연연 안 해요 연말되면 훌쩍 떠날지도 하하

지난 해 한효주는 SBS 드라마 ‘찬란한 유산’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2009년 SBS 연기 대상 후보까지 오른 그녀는 특별 기획부문 여자 연기상을 수상했다. 자연 그녀의 차기작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결국 한효주는 ‘동이’의 주연을 맡았다.

그녀에게 2010년 연기 대상에 대한 욕심을 살짝 물어봤다. 한효주는 “딱 그 시기에 어디론가 떠나 있고 싶다”며 웃었다. “물론 상 주시면 좋죠. 연기 잘해서 받는 상인데. 하지만 상에 연연하며 연기하고 싶지 않아요. ‘연말에 상 하나 받아야 하는데’라며 연기하는 배우들이 몇 명이나 되겠어요. 정말 그 시기에 수빈 오빠처럼 훌훌 털어버리고 떠나볼까요? 호호.”


● 연기 밖의 내 삶도 소중…인간 한효주로서도 행복해야겠죠

올해 24살인 한효주는 연기를 할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연기를 오래 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인간 한효주로서의 행복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녀는 “삶에 연기 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연기만 하고 싶지는 않아요”라고 차분하지만 분명하게 자신의 가치관을 밝혔다.

“연기를 해보니 배우가 참 쉬운 직업이 아니다 싶어요. 분명히 지금 저에겐 연기가 가장 즐겁고,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어 주는 일이지만 배우 한효주가 아닌 새로운 나의 모습도 개척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요. 연기 외에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일이요. 저, 보기보다 좀 많이 엉뚱하죠?(웃음)”


● 한효주…

1987년생. 2003년 제9회 미스 빙그레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이후 2005년 MBC 시트콤 ‘논스톱5’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봄의 왈츠’ ‘일지매’ ‘찬란한 유산’과 영화 ‘달려라 자전거’ ‘천국의 우편 배달부’의 주연으로 발탁되며 주목을 받았다. 현재 MBC 창사 49주년 특별기획드라마 ‘동이’에서 주인공 동이(훗날 숙빈 최씨)로 열연 중이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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