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앞 신용회복 상담소, 노숙인들 사연 들어보니돈받고 휴대전화 덜컥 개통불법스팸 과태료 1000만원 등서울역 노숙인들 빚 1000억 추정서울시 예방책 마련했지만인권위 전면 재검토에 물거품
11일 오전 서울역 앞 광장에서 진행된 ‘노숙인 신용회복 상담소’에서 노숙인들이 부채액 면제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서울시와 신용회복위원회 등이 함께 운영한 이날 상담소에는 노숙인 120여 명이 찾았다. 사진 제공 서울시
○ 화살이 돼 돌아온 명의
11일 오전 서울역 앞 광장에 작은 천막 두 개가 설치됐다. 이 씨처럼 신용 문제로 고통 받는 노숙인들을 위한 ‘찾아가는 법률상담소’다. 서울시는 2008년부터 쉼터 및 쪽방촌에 거주하는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신용회복 서비스를 추진해왔다. 지금까지 397명이 상담을 받고 파산신고 및 채무조정을 해 부채 230억 원을 면제받았다. 쉼터보다 환경이 더 열악한 거리 노숙인을 상대로 하는 상담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상담을 꺼리지 않을까 했던 서울시 우려와 달리 천막 밖으로까지 금세 줄이 늘어섰다.
○ 거리로 나간 신용회복 상담소
이날 상담을 진행한 강윤선 신용회복위원회 명동지부장은 “통신요금은 카드 빚이나 대출과 달라서 채무 조정이 안 된다”며 “나이가 젊거나 채무액이 1000만 원 이하인 경우 파산 신청도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사정을 말하고 변제액을 조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서울시는 노숙인 등 저소득 취약계층의 명의도용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이들 명의로 금융대출이나 휴대전화 개통, 사업자·차량 등록을 불가능하게 하는 대책을 시도했었다. 자활 준비를 마친 노숙인에게는 대면 상담을 거쳐 철회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 대책이 노숙인들의 인권 및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 관계자는 “어느 상담센터를 가보더라도 노숙인들의 자활 의지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이 명의도용 문제다”며 “요즘은 휴대전화 기계 값도 비싼 데다 소액결제도 가능하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는 새 기본 1000만 원씩 빚진 사례가 많다”고 했다. 시는 이번 상담 결과를 분석해 매월 1회 서울역과 영등포역 등 거리 노숙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거리 상담을 정례화할 예정이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