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대통령, 검경개혁 TF구성 지시 배경과 전망
“검경 자정만으론 한계”
수십년 잘못된 관행 단호대처
검경 자체방안과 투트랙 진행
어떤 방안 논의할까
상설특검-시민심사위-공수처
경중 안따지고 모두 테이블에
청와대, 사슴 생태사진 전시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정길 대통령실장 등과 회의장으로 들어가다 회의실 앞에 전시된 경내 사슴 생태사진을 감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개혁의 칼날은 특히 검찰을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올 초부터 여러 차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3대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러려면 비리 척결의 선봉에 설 검찰부터 깨끗해야 하는데 ‘스폰서 검사’ 사건이 터지면서 검찰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고 검찰 자체의 개혁만으론 이런 국민 불신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자체 진상조사라는 선제적 대응을 통해 검찰에 대한 개혁 요구를 피해 보려 했지만 이 대통령은 더욱 깊이 있는 고민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는 “이 대통령의 생각은 일시적 일회적 처방이 아니다”고 전했다. ‘스폰서 검사’ 사건의 사실관계 확인 및 문책, 단순한 제도적 보완책 제시가 아니라 수십 년간 지속돼 온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꿀 처방을 고민한다는 것이다. 여기엔 스폰서 검사 사건에서 폭로된 행태들이 주로 전 정권에서 발생했고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누적돼온 문제라는 점에서 차제에 단호히 대처하는 게 과거와의 단절 및 선명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집권 후반기에 불거질 수 있는 각종 비리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개혁의 방향은 궁극적으로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깨는 데 있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기소독점이 문제다. 견제와 균형이 맞물려야 하는데 검찰은 순혈주의에 빠져 있고 수사지휘 및 기소에 전권을 쥐고 있다. 이를 통제하고 견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어느 한쪽으로 서둘러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검경 개혁 의제를 공론화해놓고 여론 추이를 지켜보면서 논의 구조를 열어놓을 방침이다. 경찰 개혁과 관련해서는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감찰 기구 신설, 외부 전문기관의 조직 컨설팅 도입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TF가 검경 개혁 논의에 착수하더라도 검찰과 경찰이 현재 추진하는 자체 개혁 논의는 그대로 진행하도록 할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과 경찰 자체의 개혁 방안이 있고, TF의 개혁 논의가 있는 만큼 ‘투 트랙’으로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면서 “나중에 범정부적으로 하나의 견해로 모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