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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사정기관’ 공수처 신설땐 檢 위상약화

입력 | 2010-05-12 03:00:00

■ 검찰개혁 3대방안 주요내용




공수처 신설
검찰 핵심수사권 떼어내는 셈
옥상옥-수사권 남용 소지 커

특검제 상설화
수사 중복문제 피해갈 대안
부실 수사땐 면죄부만 줄수도

시민심사위 설치
기소독점주의 견제 가능
‘기득권 유지 방안’ 비판받아


이명박 대통령이 검찰 경찰 개혁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 설치를 지시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11일 검찰은 침통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김준규 검찰총장 주재로 이날 오후 열린 대검찰청 주요 간부회의에서는 “검찰의 자정능력조차 밖에서 믿어주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탄식이 이어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범정부 TF 구성 이후 검찰의 대응 방향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 회의 참석자는 “검찰이 개혁의 대상이 된 이상 범정부 TF의 구체적 윤곽이나 운영 방향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주 꾸려진 대검 자체 개혁TF는 계속 운영하기로 했지만 기소독점권 완화 등 주요 논의는 범정부 TF로 넘어갈 전망이어서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지게 됐다.

○ 검찰의 ‘기소독점권’ 깨지나?

정치권과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의 권한이 너무 비대해진 데에서 ‘검사 향응 접대’ 의혹사건이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고 따라서 검찰 개혁 논의도 검찰의 기소독점권 완화 부분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크게 △특별검사제 상설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불기소 처분 사건을 심사할 시민심사위 설치 등 세 가지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추진됐다가 좌절됐던 ‘공수처’는 검찰이 갖고 있는 ‘힘’ 가운데 핵심을 이루고 있던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권을 떼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간단히 말하면 대검 중앙수사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등 검찰의 핵심 수사 부서가 해온 역할을 따로 맡는 새로운 수사기구가 설치된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되면 공수처가 최고 사정(司正)기관으로 자리 잡는 반면 검찰은 사실상 형사부 중심으로 수사지휘와 기소권을 행사하는 기관으로 위상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공수처에 대해서는 ‘옥상옥(屋上屋)’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있다. 수사 대상을 차관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 부패범죄로 한정하더라도 상당수 뇌물사건이 기업체 수사 등에서 불거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검찰과 수사 대상이 겹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수처와 검찰이 ‘힘겨루기’를 하면서 부패수사 경쟁에 나설 때에는 수사권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 검찰, “공수처보다는 차라리 상설 특검”


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놓았고 청와대 쪽에서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설 특검제가 도입되면 법에 미리 정해진 요건만 충족하면 곧바로 특검이 가동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특별검사는 특정 사안마다 설치, 운영을 위한 근거 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상설 수사기관은 아니면서 사안에 따라 가동된다는 점에서 상설 특검은 공수처 신설이 갖고 있는 수사 대상의 중복 문제 등을 피해갈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설치됐던 특검 가운데 ‘이용호 게이트 특검’과 ‘대북송금 특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특검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던 점은 특검제의 한계로 꼽힌다. 대검의 한 간부는 “검찰은 수사가 확대되면 인력, 시간, 장비를 무제한 투입할 수 있지만 특검은 그렇지 않다”며 “수사가 부실화하면 특검 대상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대안은 불기소처분이 내려진 사건에 대해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직접 심사해 공소제기 명령을 내리는 시민심사위 설치다. 영미식 대배심이나 일본식 검찰 심사위원회를 모델로 한 이 제도를 도입하면 기소독점권에 대한 견제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원형대로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어서 기득권 유지 차원의 대안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점 때문에 검찰 내에서는 검찰의 위상이 크게 약화되는 공수처 신설은 반대하되 특검 상설화는 수용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경찰도 당혹… 자체 TF 구성
일각선 “檢 스폰서 불똥 억울” ▼


이명박 대통령이 9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성범죄 등 경찰의 비위를 직접 언급하며 개혁을 강하게 주문한 데 이어 11일 검경 개혁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하자 경찰도 비상이 걸렸다. 경찰청 관계자는 “외부에서 범정부 차원의 TF를 만들어 경찰을 개혁한다고 나선 것은 처음이라 어떻게 대응하고 처신해야 할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주문은 최근 각종 경찰 비리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10일 간부회의를 열고 경찰 조직에 고강도 개혁을 추진할 TF를 구성하고 대규모 특별감찰반을 만들기로 하는 등 비위척결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찰청은 12일에는 전국 경찰 지휘관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자체 개혁 방안에 대해 토론할 계획이다. 경찰 일각에서는 검찰의 ‘스폰서 검사 파문’ 때문에 경찰에까지 불똥이 튄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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