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쏘나타’는 1984년 처음 선을 보인 이후 중형 세단 시장에서 ‘절대 강자’의 자리를 지켜왔다.
국내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중형 세단 시장에서 26년 연속 판매 1위 행진을 하고 있다.
크레도스, 옵티마, 로체, 매그너스, 토스카, SM5 등 많은 차들이 쏘나타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철옹성처럼 보였던 쏘나타의 아성에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나온 르노삼성자동차 ‘뉴 SM5’가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데다 지난달 29일 신차 발표회를 가진 기아자동차 ‘K5’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출시 첫 달인 1월 4702대가 판매된 뉴 SM5는 4월 들어서는 6000대를 돌파했다. 반면 쏘나타는 ‘신차 효과’가 사라지면서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4월 판매량이 1만1138대로 3월에 비해 23.6% 줄었다. 1월 13.8%였던 쏘나타의 내수 시장 점유율이 4월에는 11.0%로 3개월 사이에 2.8%포인트나 빠졌다. 쏘나타의 판매 감소는 K5 때문이라는 게 자동차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쏘나타를 사려던 사람들이 K5를 사기 위해 구매를 미루면서 판매량이 줄었다는 것.
K5는 3일까지 사전 계약 대수가 9000대를 돌파해 중형 세단 시장을 넘어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태풍의 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 때문에 K5가 판매되면 쏘나타 독주체제였던 국내 중형 세단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쏘나타의 ‘대항마’가 잇따라 출현하면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태풍의 눈’ K5
K5에는 세계 최초, 국내 최초, 동급 최초, 승용 최초 등 ‘최초’ 수식어가 붙는 편의장치와 안전장치가 넘쳐 난다. 발열 기능을 갖춘 최첨단 원단을 사용해 시트 전반에 균일한 열이 발생하는 ‘바이오 케어 온열 시트’는 세계 최초로 적용된 편의장치라는 게 기아차의 설명이다. 겨울철 운전을 편하게 해주는 온열 스티어링휠, 운전대가 90도 이상 돌아간 상태에서 시동이 걸리면 이를 알려주는 ‘핸들 정렬 알림’ 기능, 스티어링휠 조향 각도에 따라 점등되는 스마트 코너링 램프 등은 국내 최초로 적용된 장치들이다.
차세대 차체자세제어장치(VDC)로 불리는 차체안전성관리(VSM) 기능이 동급 최초로 적용됐다. VSM은 기존의 VDC에 경사로 밀림 방지 장치(언덕길에서 출발할 때 뒤로 밀리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와 브레이크 보조 시스템(급제동 시 제동력이 불충분할 경우 최대 제동력을 적용하는 시스템)이 결합된 첨단 안전장치다. 가격은 2.0 모델이 2145만∼2725만 원, 2.4모델은 2825만∼2965만 원이다.
○‘고품격 패밀리 세단’ 뉴 SM5
부드러운 승차감에 변속 충격이 느껴지지 않는 무단 변속기를 적용해 가족들이 편안하게 타고 다니는 전형적인 패밀리 세단을 지향하고 있다. 차량 소음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에 맞춰 차량 설계 단계부터 소음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소음을 줄이는 데도 성공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기존 중형차에서 볼 수 없었던 최첨단 편의장치도 대폭 적용했다. 원가 절감이나 연료소비효율 향상을 이유로 일부 경쟁 회사에서는 빼버린 엔진의 밸런스샤프트(BSM)를 기본사양으로 넣어 엔진 소음과 진동을 줄였고, 운전석 마사지 시트, 공기정화기, 매직 핸들(앞문 손잡이를 잡으면 적외선 센서가 손의 움직임을 감지해 자동으로 열림 상태로 전환되는 기능),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시동을 끄면 자동으로 주차 브레이크가 작동되는 시스템) 등이 중형차 최초로 장착됐다. 가격은 2080만∼2650만 원.
○‘맞불’ 놓는 쏘나타
쏘나타는 4월 초 사이드 에어백과 커튼 에어백을 기본 적용한 ‘안전성 강화 모델’을 출시했다. 사이드 에어백과 커튼 에어백은 쏘나타 고급형 이하 트림에서는 선택 사양이었다. 지난해 9월 판매를 시작한 쏘나타가 7개월여 만에 일종의 부분 변경 모델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더 밀리면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대응에 나선 것으로 자동차 업계에서는 풀이하고 있다.
6단 자동변속기에 165마력의 힘을 내는 엔진을 탑재해 주행 성능도 웬만한 수입차 못지않다. 브랜드 파워도 쏘나타를 선택하는 주된 이유다. ‘중산층이 타는 차’라는 이미지는 국내에서는 쏘나타를 따를 차가 아직까지는 없다. 중고차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받는 것도 경쟁 모델과 비교할 수 없는 쏘나타의 강점이다. 가격은 2.0L 가솔린 모델이 2162만∼2850만 원, 2.4L GDI 모델이 2866만∼2992만 원.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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