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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얼마나 잘 버티나 보자” ‘배신자’영국을 향한 유럽의 저주

입력 | 2010-05-12 15:37:18


'배신자 영국, 혼자서 얼마나 잘 버티나 보자.'

영국이 그리스발 금융위기를 막기 위한 유럽연합(EU)의 재정안정 메커니즘에 불참키로 한 것에 대해 유럽 이웃국가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12일 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이 EU의 구제금융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이 참여를 거부한 것은 EU의 재정안정 메커니즘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4400억 유로의 재정안정 기금. 16개 유로존 국가 외에 비(非)유로존 국가들은 자발적인 참여 형식으로 재원을 분담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유로통화 도입 반대여론이 높은 스웨덴은 물론 폴란드 같은 동유럽 소국까지 모두 11개 비유로존 국가들이 여기에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그런데 막상 유럽의 금융허브를 자처해온 영국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의 장 피에르 쥬이에 전 유럽담당 장관이자 현 금융서비스위원회 회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영국 혼자 잘 살아 보라. 유로존의 이웃을 무시한 영국은 문제에 부딪혀도 신만이 도울 것이다"며 저주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투기꾼들의) 다음 타깃은 영국이 될 수밖에 없다"며 "유럽의 단결을 보여주지 않는 영국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디 한번 두고 보자"고 힐난했다. "유럽은 유로존과, 비유로존이지만 유로를 이해하는 국가들, 그리고 영국의 셋으로 나뉜다"고 냉소하기도 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 본부 관계자들은 영국이 그리스발 금융위기에 타격받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파운드화가 다음 공격 대상"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하지만 영국이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EU는 물론 이웃 국가들에 도움을 청해서는 안 된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독일 일간지들은 "영국은 금융위기가 섬나라만 피해갈 것이라고 착각하는 듯하다"고 비꼬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신임 총리의 친구이기도 한 프레드릭 라인펠드 스웨덴 총리는 EU 구제금융 불참에 대한 영국의 입장을 바꾸라고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안데르스 보르그 스웨덴 재무장관은 "유럽의 금융 중심인 영국이 불참하는 재정안정 시도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며 "(대륙의) 금융위기에 런던 증시가 타격받는 데는 며칠도 안 걸린다"고 말했다.

영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GDP 대비 12%로 그리스보다 높은 것은 물론 유럽 최고 수준.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등이 영국의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EU도 최근 "새 영국 정부의 최대 시급현안은 재정적자 감축"이라며 영국 재정적자 위기를 경고했다.

영국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찰스 그랜드 유럽개혁센터(CER) 이사는 "사람들이 영국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다"며 "영국이 동맹을 잃으면 향후 EU의 헤지펀드 규제를 완화하려는 시도를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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