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한국도 생산-가공-유통 통합경영 식품사 유망”

입력 | 2010-05-13 03:00:00

칠레 식품사 ‘아그로수퍼’ 리오스 생산관리이사




최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구제역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이는 중남미 지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칠레는 주변국과는 달리 구제역 열풍에서 한발 비켜나 있다.

최근 방한한 칠레 식품기업 ‘아그로수퍼’의 하이메 리오스 생산관리 이사(사진)는 10일 그 비결을 묻는 질문에 “정부 주도가 아닌 농가 중심의 방역활동과 방역을 위한 높은 기술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1955년 칠레의 작은 양계장에서 시작한 아그로수퍼는 지난해 매출이 15억 달러(약 1조 8000억 원)에 이르는 세계적인 식품기업. 돼지고기, 햄, 소시지부터 와인까지 다양한 제품을 수출한다. 한국 시장의 특성을 파악하고, 한국 농가에 품질 및 안전 관리 전략을 소개하기 위해 방한한 리오스 이사는 “정부가 앞장서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구제역이 끝나더라도 농가의 자발적인 방역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그로수퍼 농장은 허가받지 않은 차량과 인력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한다.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료 공급도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외부에서 자동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는 “생산이력제 등 강도 높은 안전시스템 구축이 세계시장 공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국내 수입 돼지고기 시장에서 칠레는 미국에 이어 점유율 2위다. 아그로수퍼는 지난해에만 3만2000t(약 7200만 달러)의 돼지고기를 한국에 수출했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칠레산의 점유율이 하락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품질 향상 노력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계속 한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리오스 이사는 한국에서도 아그로수퍼와 같은 기업이 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생산, 가공, 유통까지 수직계열화를 달성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며 “한국도 중소규모 농장들이 하나로 모여 협력하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내수 시장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