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인턴으로 취업뚫기] 홈플러스 잠실점 김근만 주임

입력 | 2010-05-13 03:00:00

“수박매장 졸졸졸 계곡소리 호기심 자극했더니 몰려든 사람들… 절로 신이 났죠”
일하는 모든 순간이 기회…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가길




 

《홈플러스 잠실점 김근만 주임(30·사진)은 지난해 여름 홈플러스에서 인턴으로 일한 뒤 아르바이트를 거쳐 올해 초 신입사원으로 채용됐다.
현재 가공식품 담당으로 라면, 과자, 제과 카테고리에서 협력 직원 및 점포 행사 관리 등을 맡고 있다.
그는 “정식 직원으로 사내 인트라넷 ID와 명함을 받았을 때 가장 기뻤다”면서 “인턴 기간은 물론이고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모든 순간을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적극적으로 제안하라


‘수박 행사 코너에서는 계곡 소리나 매미 울음소리로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채소 매대 쪽에서는 맑고 투명한 느낌의 클래식 음악을 틀어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면 어떨까요.’

김 주임이 지난해 7월 24일 홈플러스 강동점에서 인턴으로 일할 때 점장에게 보낸 업무보고 e메일 중 한 단락이다. 인턴들이 매일 써야 하는 업무 보고 e메일에 그날 매장에서 느꼈던 점과 개선점, 제안 사항을 빼곡히 적어 보냈다. 그렇게 보낸 e메일이 25통에 이른다.

“전복 행사판매를 할 때 전복 손질법이나 다양한 요리법 등을 사진과 함께 게시한다면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계획에 없던 구매를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류 연관 상품인 안주류는 ○번 코너에 진열돼 있습니다’라는 문구보다 ‘안주를 찾으십니까? 이곳에 준비해뒀습니다’라고 표시하면 고객의 이해도는 훨씬 높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제안 e메일 중 10여 통은 강동점 전체 직원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현장 경험이 없는 인턴이야말로 새로운 시각으로 매장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처음에는 제안을 드리는 게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여러 선배가 ‘네 아이디어 괜찮더라’라고 말씀해 주셔서 더 큰 자신감을 얻게 됐어요.”

이후 그는 휴일에도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대형마트를 찾아 벤치마킹할 점과 차별화할 부분을 조사 분석한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 온몸을 던져라

그는 6주의 인턴기간을 업무를 ‘맛보는’ 시간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인턴 기간 중 농산 코너에서 근무할 때 처음 주어진 임무는 수박 팔기. 주로 책상 앞에 앉아 있던 그가 수많은 사람 앞에서 마이크를 잡기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위축됐지만 이게 ‘내 일’이라고 생각하니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속까지 얼어버릴 듯한 시∼원한 수박이 왔습니다’라고 흥을 돋우는 것에 따라 수박이 팔려나가니 절로 신이 났어요. 농산물을 ‘매장의 꽃’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현장에서 체감했죠.”

그는 인턴을 지망하는 후배들에게 ‘그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했다.

“인턴 동기들을 보면 취업을 하기 위해 인턴십을 하면서도 ‘뭐, 경험 삼아서’라면서 한 발만 담근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런 자세는 누구라도 다 알아차리죠. 인턴십 기간은 인턴 입장에서는 이 회사가 나와 맞는지, 회사에서는 이 인력이 회사에 필요한지 알아보는 일종의 시험대잖아요. 기본에 충실한 태도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이런 성실함은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선사했다. 성실한 이 인턴을 눈여겨본 인사팀 담당자가 본사 상품권 본부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기에 그를 추천한 것이다. 상품권 본부 관계자는 “업무 파악 능력이 뛰어나고 시키지 않은 일까지 찾아서 했다”고 김 씨를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업무부터 시작했지만 점차 중요한 임무를 맡아 업체와의 구매계약, 고객 해피콜, 임원 주재 회의에서 프레젠테이션까지 했다. 그는 “책임이 주어지는 만큼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인턴 기간을 적극 활용하라

김 주임은 2008년 경희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모바일 인터넷 프로그래밍 업체에 취직했다. 그러나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기 위해 사직서를 내고 홈플러스 인턴십에 지원했다. 그는 “정직원이 된 지금, 인턴 기간을 돌이켜보면 회사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인턴을 하면서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훨씬 친숙해졌습니다. 회사가 젊은 인력들에게 거는 기대, 원하는 인재상도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고요. 그 덕분에 정규직원 채용 과정에서 홈플러스에 필요한 인재가 바로 나라는 점을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유통업계에서 일하고 싶다면 겸손한 자세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인턴을 하면서 입점 교육부터 점포 내 교육훈련(OJT)까지 꼬리처럼 따라다녔던 글귀는 ‘고객 중시’였습니다. 모든 운영에 고객이 빠질 수 없고, 회사 매출도 물건을 구매하는 고객의 손에서 나오기 때문이죠. 제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을 고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2002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한 걸음도 내디딜 수 없었던 때가 있었다고 했다.

“6개월간 불굴의 의지로 재활에 힘쓴 결과 지금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걸을 수 있어요.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느낍니다. 하루에 30분도 앉아 있기 어려울 만큼 바쁜 생활이지만 열정을 바칠 수 있는 내 길을 찾아 즐겁습니다.”

■ 신입사원 30%가 인턴 출신… 20~28일 서류 접수

홈플러스 인턴십은 6주 과정으로 여름철에 한 차례 실시한다. 올해는 7월 12일∼8월 20일에 인턴십을 운영할 예정이다. 서류 접수는 5월 20∼28일이며 서류 전형 및 면접을 거쳐 모두 50명의 인턴을 선발할 계획이다. 모집 분야는 상품 인턴십(15명)과 점포 인턴십(35명) 두 가지.

상품 인턴십은 상품구매, 프로모션 기획 등 본사 상품부서 업무에 대한 교육과 점포 실습으로 진행하며, 점포 인턴십은 점포 내 신선식품, 생활문화용품, 의류잡화 등 각 부서의 업무에 대해 교육을 받고 실습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성적이 우수한 인턴은 하반기 대졸공채 면접 전형 시 프레젠테이션 면접, 영어 면접 등 일부 항목을 면제받는다. 두 과정 모두 하반기 대졸 공채 지원 시 우대 혜택은 같다. 홈플러스 인턴십 채용 담당자는 “지난해 하반기 공채 신입사원 중 30%가 인턴 출신이었다”고 말했다.

정규 4년제 대학 2010년도 8월 또는 2011년 2월 졸업예정자면 홈플러스 인턴십에 지원할 수 있다. 홈플러스 채용 홈페이지(join.homeplus.co.kr)에서 온라인 입사지원서를 작성하면 된다.

■ 채용 담당자가 말하는 인턴십

▽좋은 예―회사는 단체 생활이다


인턴십을 거친 뒤 정식 채용 절차가 이어지다 보니 인턴들은 평가와 관련된 회사 관계자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 평가 관련 활동은 매우 적극적이다. 여러 사람과 어울리기보다는 개인 평가에만 치중하는 경우도 많다. 이 가운데 솔선수범해 리더십을 발휘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인턴은 눈에 띄기 마련. 인턴 A는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도 인턴십 첫날 50여 명의 동기 인턴에게 전체 문자를 돌려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고 동기 의식을 강화했다.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태도가 좋은 인상을 줬다.

▽나쁜 예―시간 엄수는 필수다


아무리 세월이 변해도 조직 및 대인관계의 ‘기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자유분방한 성향을 지녔다 하더라도 그 회사의 색깔과 분위기를 맞출 수 있는 센스가 필요하다. 인턴 B는 선배들이 잘해주고 편하게 대해주니 흐트러져서 지각을 몇 차례 했다. ‘5∼10분 정도 늦는 게 무슨 대수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인턴은 신뢰하기 어렵다. B는 또 개성을 넘어 튀는 복장으로 주목을 끌었는데 부정적인 내용으로 관심을 받아서는 안 된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