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호남권 31개 선거구 가운데 한 곳에서도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2위를 한 곳도 7곳에 불과했다. 호남지역 한나라당 후보들의 평균 득표율은 7.1%였다. 민주당은 당시 영남권 68개 선거구 중 2곳에서 당선자를 냈지만, 2위 지역은 8곳에 그쳤다. 영남권 민주당 후보들의 평균득표율은 8.6%였다. 이런 지역 편중의 선거결과를 보면서 자기 당의 불모 지역에 깃발을 꽂겠다고 나서는 통 큰 후보는 많지 않다.
▷12일 현재 여야 정당의 6·2지방선거 후보공천 현황을 보면 한나라당은 호남의 41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17%가량인 7곳만 후보를 냈다. 반면 당선율 높은 영남권에서는 70개 기초단체장 중 현직 군수의 비리가 적발된 경북 영양을 뺀 69곳에 공천했다. 민주당은 영남 70곳 중 20%인 14곳에 후보를 낸 반면 호남에는 41곳에 전부 후보를 냈다.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선진당은 40명의 기초단체장 후보 중 충청지역 출마자만 29명이나 된다.
▷이른바 ‘텃밭’ 지역에는 공천지망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공천결과에 대한 반발이 끊이지 않는다. 광주지법은 11일 민주당 목포시의원 경선에서 탈락한 5개 선거구 6명의 예비후보가 낸 당선인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한나라당에서는 경남 양산시장 후보 공천경쟁에 무려 13명이 나섰다가 공천결과에 불복하는 가처분신청이 제기됐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경남도당이 4명의 후보를 상대로 다시 여론조사를 벌이는 진통을 겪었다.
▷상대 당의 기반지역에 출마했다가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출마했느냐”는 면박을 당하거나 건네준 명함이 면전에서 찢기는 수모를 당했다는 후보도 적지 않다. 명색이 제1당, 2당이 상대 당의 ‘안방 지역’에 내보낼 선수를 20%도 채우지 못한다는 것은 지역주의가 치유 불능의 중병임을 보여준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로 2시간 40분 만에 도달하는 손바닥만 한 나라의 서글픈 정치 현실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명실상부한 전국정당화를 위해 취약지를 보듬는 노력을 부단히 할 필요가 있다. 정당의 허약함과 후보들의 비겁함만 탓할 일도 아니다. 유권자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지역주의의 아성은 깨지지 않을 것이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