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안 신제윤차관보 “G20대응 필요” 쪽지보고
신속 윤증현장관, 加재무 접촉등 빠른 대응
공조 월요일 오전 20개국 차관과 전화회의
안도 오전 11시 공동성명… 세계증시 화답

회의 중인 윤 장관에게 ‘그리스 사태와 관련해 G20 차원의 대응 필요’라고 적힌 쪽지가 배달됐다. 이어 서너 차례 더 쪽지가 전달됐다. 전체 요지는 “캐나다 워크숍에 참석한 다른 나라 재무차관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리스 사태는 이미 유럽을 넘어 전 세계 경제의 문제가 됐다. G20 차원에서 뭔가 움직임을 보이는 게 낫겠다”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당연히 유럽연합(EU) 국가들이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러시아 방문까지 취소하며 유로화 방어대책에 골몰했다. EU 재무장관들은 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회동해 그리스 사태를 논의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한 윤 장관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던 이 대통령과 상의를 마친 뒤 윤 장관은 9일 오후 9시경 캐나다로 국제전화를 걸어 신 차관보에게 “G20 재무장관 차원의 성명서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오후 10시경 6월 제4차 G20 정상회의 개최국이자 선진 7개국(G7) 의장국이기도 한 캐나다의 짐 플래허티 재무장관과 통화하며 상황을 설명했다.
신 차관보와 최희남 G20 준비위원회 의제총괄국장은 곧바로 캐나다 현지에서 공동성명서 초안을 만들었다. 이어 10일 오전 7시 G20 재무차관들과 콘퍼런스콜(전화회의)을 했다. 유럽 국가들은 오후 10시를 넘긴 시간이었지만 빠짐없이 참석할 정도로 열의가 높았다.
신 차관보는 △G20 재무장관들이 그리스 사태를 협의했다고만 알리는 1안 △성명서를 만들되 G20 의장국인 한국의 재무장관 명의로 내보내는 2안 △G20 국가 전체의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는 3안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참석자들은 즉석에서 3안을 지지했다. 신 차관보는 “신속하고 일치된 목소리에 놀랐다”고 전했다.
이런 절차를 거쳐 10일 오전 11시 “G20은 유로지역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것”이라는 내용의 G20 재무장관 성명서가 발표됐다. 이보다 약 2시간 전 EU 재무장관들은 11시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750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메커니즘’을 가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