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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적과의 연정? 정책차 큰 보수-자민 ‘어색한 악수’

입력 | 2010-05-13 03:00:00

양당 유럽통합-이민제도 시각 정반대
“지지층 달라 오래 못갈듯” 회의론도
클레그가 부총리… 의원 5명 각료 참여




클레그 자민당수

영국의 새 총리에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수가 임명됐다. 만 43세의 캐머런 총리는 영국 정치사에서 1812년 42세로 총리가 된 로버트 젱킨슨 이래 198년 만에 가장 젊은 총리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1일 제1당인 보수당의 캐머런 당수를 불러 총리에 임명하고 내각 구성을 요청했다.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자민당)이 이날 극적으로 연정에 합의하자 영국 언론은 일제히 환영했다. 양대 정당이 번갈아 집권해 온 영국에서 연정 구성은 극히 이례적이다. 연정 협상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한 닉 클레그 자민당수는 부총리에 올랐다.

보수당은 자민당의 핵심 요구사항인 선거제도 개혁을 받아들여 자민당을 끌어안는 데 성공했다. 양당은 호주식 선호투표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호주식 선호투표제는 투표자가 지지 후보 1명만을 찍는 것이 아니라 출마 후보 모두를 지지 순서대로 찍고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최하위 후보의 2순위 표를 상위 득표자에게 나눠주는 과정을 반복해 반드시 과반으로 당선자를 확정하는 방식이다. 자민당이 정책노선이 비슷한 노동당을 물리치고 제1당인 보수당과의 연정에 합의한 것은 무엇보다 총선 결과를 노동당에 대한 심판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보수당과의 연정으로 1922년 데이비드 로이드조지 총리가 물러난 이후 처음으로 집권당이 됐다. 클레그 자민당수 외에 자민당 의원 4명이 각료로 참여한다. 보수당은 자민당에 일부 각료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주요 각료직은 고수했다. 캐머런 신임 총리는 재무 외교 국방장관에 각각 조지 오즈본, 윌리엄 헤이그, 리엄 폭스 씨를 임명할 예정이다.

새 정부의 가장 큰 과제는 역시 재정위기 해결이다. 오즈본 재무장관 내정자는 양당의 합의에 따라 60억 파운드(약 10조 원)의 공공부문 지출 삭감을 위한 긴급 예산안을 50일 안에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연정 합의에도 보수당과 자민당의 정책 차가 커 연정이 얼마나 오래갈지 벌써 회의적인 전망이 나온다. 특히 양당은 대유럽 정책이나 이민 정책 등에서 차이가 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 통합에 회의적인 캐머런 총리는 유럽연합의 권력 일부를 다시 영국이 가져와야 한다는 견해다. 그러나 자민당은 강한 친(親)유럽연합 성향이다. 클레그 자민당수는 유럽의회 의원을 지냈다.

이민제도에 대해 보수당은 폐쇄적이지만 자민당은 유연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 클레그 당수의 아버지는 러시아, 어머니는 네덜란드, 부인은 스페인 출신이다. 지지층도 다르다. 보수당은 중산층을 비롯해 금융계 등의 지지를 받는데 자민당은 농민, 학생들과 보수당에 반대하는 중산층의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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