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강좌 일반인도 관심
몽골 부족을 정벌하러 간 청나라 강희제는 신하들과 어떤 대화를 했을까. 11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309호 강의실에서 만문사료강독반 수강생들이 만주문자 사료를 해독하고 있다. 강은지 기자
淸 300년간 중국의 공식언어… 조선 등 관계연구에 활용
해독 못한 史料 100만건 “한국이 연구 구심점 되게 노력”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만주어강좌가 6월로 개설 1년을 맞는다. 초급과 중급코스, 본격적으로 사료를 읽는 만문사료강독 코스가 있다. 지금까지 70여 명이 수강했고 현재 초급, 강독 코스에서 각각 7명, 6명이 공부하고 있다. 수강생은 역사를 전공하는 석박사 과정 연구자들과 역사에 관심 있는 주부 회사원 등이다. 현재 만주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은 민족문화연구원과 서울대 언어학과 정도다.
그동안 국내 학계에서는 만주족이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한족(漢族)에 동화됐기 때문에 만문사료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서울대 언어학과에서도 전공과목을 개설했지만 만주문자를 활용해 역사를 연구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민족문화연구원이 지난해 만주어 강좌를 개설한 것은 청나라의 역사나 주변국과의 관계를 제대로 연구하려면 만주문자 사료를 읽어야 하기 때문. 최근 2∼3년 국내 학계에서 만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도 만주어 강좌 개설의 배경이 됐다. ‘만주족의 청제국’ ‘만주국의 탄생과 유산’ ‘러시아인이 바라본 1898년의 한국·만주·랴오둥반도’ 등의 책이 번역돼 나왔고 민족문화연구원은 한국학도서관에 만주학 관련 도서 2000여 권을 구비하기도 했다.
역사학계는 이런 성과들이 청나라를 둘러싼 한국 일본 등 동북아의 정세를 정교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설 때부터 이 강좌를 들어온 안대옥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49·중국근세사)는 “서양과학이 동양에 미친 영향을 공부하고 있는데 강희제 때 만주문자로 번역된 서양과학서 등을 직접 해독할 수 있게 돼 연구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1639년 조선의 항복을 받아 낸 청나라가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삼전도비(아래)의 만주문자 탁본 자료(위). 맨 윗줄에 나오는 만주어는 ‘대청황제 공덕비’라는 뜻이다. 삼전도비엔 청나라가 조선에 출병한 이유, 조선이 항복한 사실 등이 한자, 만주문자, 몽골문자로 새겨져 있다. 사진 제공 민족문화연구원·동아일보 자료 사진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