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공연]세상이야기들, 뮤지컬의 바다로 흘러들다

입력 | 2010-05-13 03:00:00


최근 뮤지컬이 다양한 문화 장르의 스토리 라인을 끌어들이고 있다. 관객층을 넓히려는 마케팅 전략으로도, 뮤지컬 서사의 지평을 넓히려는 시도로도 분석된다.

《‘무비컬’(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 올해도 강세다. ‘싱글즈’가 순항 중이고 ‘화려한 휴가’가 6월 12, 13일에, ‘서편제’를 무대화한 뮤지컬이 8월에 선보인다.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만이 아니다.

TV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과 ‘달콤한 인생’이 7월 뮤지컬로 나온다. 공연 중인 뮤지컬 ‘친정엄마’는 고혜정 씨의 동명 에세이가 원작이다. ‘남한산성’ ‘퀴즈쇼’ ‘달콤한 나의 도시’ 등은 소설이 뮤지컬 무대로 옮겨진 경우다. 만화가 원작인 ‘바람의 나라’는 지난해 세 번째 공연에 들어갔다.

연극 ‘오월엔 결혼할꺼야’도 뮤지컬 ‘웨딩펀드’로 재탄생했다.》
뮤지컬이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흡수하고 있다. 소설, 만화, 드라마 원작으로 선보인 스토리들이 뮤지컬로 활용돼 관객을 모은다. 최근에는 창작뮤지컬 ‘김종욱 찾기’가 영화 촬영에 들어가고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도 영화화 논의가 진행되면서 뮤지컬이 다른 장르에 이야기를 제공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싱글즈 - 남한산성 - 바람의 나라 등

영화 소설 연극 만화, 뮤지컬화 붐

“익숙한 이야기로 새로운 감동 선물”

최근엔 뮤지컬원작 영화화 시도


○ 색다른 재미-여러 연령 관객몰이

최근 뮤지컬이 주도적으로 다양한 원작을 흡수하는 데 대해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씨는 단지 ‘대중적 인지도 확보’를 넘어서는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원작의 스토리라인에 춤과 노래, 무대장치가 들어가면 잘 아는 이야기라도 새로운 감동을 전달하게 되죠. 이 때문에 익숙한 얘기도 뮤지컬로 다시 접하는 데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활자로만 묘사됐거나 영상에서 평면적으로 접한 배경이 뮤지컬의 입체적인 무대로 옮겨지면서 재미가 배가되고, 화려한 쇼의 특징이 가미되면서 관객들이 원작과는 다른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어려운 경제여건에 따라 관객은 낯선 것보다는 친숙한 얘기를 찾게 되며, 이 때문에 알려진 내용에 색다른 재미를 느끼도록 가공할 수 있는 뮤지컬이 다양한 원작을 찾아 나섰다는 설명이다.

관객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도 뮤지컬이 다양한 원작을 찾아 나선 이유다. 뮤지컬의 주요 관객층은 20, 30대 미혼여성이지만 원작의 향유층이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면 이들을 뮤지컬 관람석으로 끌고 올 수 있다. 뮤지컬 ‘친정엄마’의 경우 기존 뮤지컬 객석에서는 볼 수 없었던 50, 60대 여성들이 관객층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소설 ‘퀴즈쇼’를 뮤지컬화한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대표는 “백수 청년의 고민을 다룬 소설을 뮤지컬로 만든 것은 여성뿐 아니라 젊은 남성 관객도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 “창작 뮤지컬 소재 넓히기 일환”

다양한 원작의 활용은 창작 뮤지컬의 도약을 위한 도움닫기라는 분석도 있다. 2000년대 이후 창작뮤지컬이 활발하게 제작됐지만 대부분 소극장 규모의 로맨틱 코미디에 머물러 왔다. 뮤지컬 평론가 조용신 씨는 “뮤지컬산업이 크게 성장했지만 관객층이 두꺼워진다거나 창작물의 내용이 다양해졌다고 하기는 어렵다”면서 “다양한 이야기로 관객을 훈련시켜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작 뮤지컬이 로맨틱 코미디뿐 아니라 스릴러, 역사물 등 소재와 주제를 넓혀가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원작 콘텐츠를 수혈해 창의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을 겪음으로써 창작 뮤지컬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