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랍 휴스
브라질을 빼면 스페인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다비드 비야(발렌시아)와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가 공격라인을 휘젓는 모습을 상상해봐라. 사비 에르난데스(바르셀로나)의 환상적인 플레이 메이킹을 본 적이 있는가. 게다가 세스크 파브레가스(아스널), 다비드 실바(발렌시아), 헤수스 나바스(세비야), 마르코스 세냐(비야레알),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
이들은 월드컵을 거머쥘 창조성과 조화로움을 갖추고 있다. 스페인은 이미 유로2008(유럽축구선수권) 챔피언이다. 그동안 월드컵 정상에 서지는 못했지만 이번에는 가장 우승에 근접해 있다. 스페인이 우승하려면 두 가지를 신경 써야 한다. 먼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이 그랬듯 자신들의 능력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부상을 잘 관리해야 한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카탈루냐의 팀이다. 카탈루냐는 스페인이 통치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독립국가처럼 여겨지는 곳이다. 스페인이 월드컵을 우승하려면 지역 통합도 중요하다. 이번 월드컵에 바르셀로나에서 7명, 레알 마드리드에서 5명이 대표팀에 합류한다. 레알 마드리드는 카스티야 지역으로 카탈루냐와는 견원지간이다.
파브레가스도 스페인의 재앙 중 하나다.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서 성장해 잉글랜드 아스널로 간 그는 두 달 전 공교롭게도 바르셀로나와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오른쪽 종아리뼈를 다쳤다. 전문가들이나 파브레가스는 큰 문제없으며 월드컵 준비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비와 파브레가스가 예전처럼 자유롭게 플레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사비와 파브레가스, 토레스 외에도 부상에 우는 선수는 더 있다. 세냐는 이번 시즌 부상 탓에 거의 뛰지 못했다. 이니에스타는 3, 4월을 부상으로 보냈다. 이들이 빠지면 사실상 스페인의 절반이 빠지는 셈이다.
이렇게 슈퍼스타들이 부상한 이유는 있다. 지난 시즌 전관왕 바르셀로나가 모든 팀의 타도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20개월 동안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도 지난 시즌 내내 바르셀로나를 쫓느라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빈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만일 어느 누구라도 소집에 응하지 않는다면 다른 훌륭한 선수가 기다리고 있다”며 단호하다.
이런 난맥상을 역으로 보면 어떨까. 그동안 부상으로 휴식을 취한 선수들이 돌아오면 시즌 내내 시달리며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쳐버린 선수보다 훨씬 에너지가 넘칠 것이다. 결론적으로 스페인은 강력한 우승후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