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획일적인 문화원 명칭. 도(道) 산하 시군은 자치단체 명칭을 붙여도 지역적인 특색이 나타나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특별시나 광역시 산하 구(區)의 문화원은 천편일률적으로 ‘○○중구문화원’, ‘○○남구문화원’, ‘○○북구문화원’ 등 삭막한 이름뿐이다. 문화계의 한 인사는 “지역 문화를 계승하고 창출하는 문화원에 굳이 자치단체 명칭과 같이 동서남북 방위를 붙일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지역 출신 훌륭한 역사인물이나 널리 알리고 싶은 문화행사, 문화재 등을 문화원 명칭으로 사용하면 ‘지역 문화를 균형 있게 진흥시키는 데에 이바지함이 목적’인 문화원 설립 취지에도 맞다”고 지적했다.
울산 중구는 중구 병영동 출신 한국어학자인 외솔 최현배 선생(1894∼1970)의 호를 딴 ‘외솔문화원’으로 정하면 홍보 효과는 물론이고 지역주민에게 자긍심도 심어줄 수 있다는 주장을 한다. 또 울산 북구는 북구 송정동 출신으로 대한광복회 총사령을 지낸 고헌 박상진 선생(1884∼1921)의 호를 딴 ‘고헌문화원’이나,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철광석 광산인 달천철장에서 유래된 쇠부리 놀이에서 이름을 따 ‘쇠부리문화원’으로 정하면 문화적인 냄새가 물씬 풍길 것이라는 얘기다.
이제부터라도 지역 문화를 알릴 아름답고 고상한 지방 문화원 명칭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법 규정 때문에 지방의 훌륭한 문화자산을 문화원 명칭에서조차 사용하지 못하고 사장(死藏)시킨다면 엄청난 문화적 손실이 아닐까. 문화원 명칭은 문화 향기가 배어나야 제맛이다.
정재락 사회부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