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클럽 최강자를 가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K리그의 선전이 유독 돋보인다. 전북 성남 수원 포항 등 무려 4개 팀이 대회 8강에 올라 전성시대를 열었다.
그동안 동서(아시아)로 나뉘어 치러졌던 챔스리그는 8강전부터 지역 구분 없이 대진 추첨(25일·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이 이뤄지며 9월15일과 22일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4강 출전 팀을 가린다. 서아시아에서는 이영표가 뛰는 알 힐랄과 알 샤밥(이상 사우디아라비아), 조브 아한(이란), 알 가라파(카타르)가 올라왔다.
● 일본은 없었다
J리그에게는 치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콧대는 금세 꺾였다. 조별예선이 한계였다.
F조 예선에서 작년 K리그 챔피언 전북을 2차례나 꺾은 가시마 앤틀러스는 16강에서 포항에 덜미를 잡혔고, G조에서 수원에 1승1무로 우위를 점한 감바 오사카는 성남에 무너졌다.
스포츠호치, 닛칸스포츠 등 일본 신문들은 K리그의 쾌속 전진을 예감한 듯, “작년 포항의 우승을 지켜본 일본은 K리그 축제를 또 안방에서 바라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한탄 섞인 보도를 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 승부욕+정신력+철저한 준비
위기에서 강한 K리그였다. 특히 포항과 수원의 상황이 그랬다.
K리그에서 졸전을 거듭해 바닥까지 내려앉았지만 특유의 승부욕은 감출 수 없었다. 시즌 개막 전부터 4개 클럽들 모두 “아시아 정상을 밟는 게 1차 목표”라고 공언한 터였다.
레모스 전 감독이 경질되며 임시 지휘봉을 잡은 포항 박창현 수석코치는 “역사를 다시 한 번 창조하자”고 주문했고, 이는 결과로 입증됐다. 수원도 최악의 시련 속에서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챔스리그에 주력들을 총동원해 좋은 결과를 냈다. 포항에겐 ‘디펜딩 챔프’란 타이틀이, 수원에게는 ‘절박함’이란 동기부여가 긍정적인 자극으로 작용한 셈이다. 성남도 상대에 따른 ‘맞춤형’ 전술 구성과 전략으로 예선부터 안정된 흐름을 이어갔다.
아울러 치밀한 준비도 빼놓을 수 없다.
대회를 평정했던 2006년의 추억 재현을 목표한 전북은 이동하는데 14시간이 소요되는 애들레이드(호주) 원정에 대비, 프로축구연맹의 협조를 받아 하루 전 출국해 컨디션을 조절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