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예로 유럽에서 가장 건전하다는 독일과 프랑스의 재정적자가 1980년대 미국이 재정적자로 곤욕을 치를 때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6∼7%다. 영국은 거의 12% 수준에 이른다. 세금을 더 걷고 예산을 축소해 건전재정으로 복귀하는 것이 정답이지만 이게 쉽지 않다. 이제 겨우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경기가 조금 회복되고 있는데 재정정책을 긴축모드로 전환하면 충격이 크다. 그래서 민간부문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자력갱생할 때까지는 당분간 정부재정으로 경제성장을 이끌어야 한다.
그렇지만 재정적자가 잠재적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만큼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과 일본 심지어 한국도 재정적자를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긴축재정으로 들어가지는 못해도 확대재정 정책을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이는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실무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국제 은행 간 자금순환의 규모와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가부도 위험이 없다고 말하지만 문제가 되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에 돈을 빌려 준 은행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대출을 회수하려고 들 것이다. 최근 며칠 사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투자가가 2조 원 이상 주식을 판 것도 자금회수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아직 사태가 말끔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 유럽의 잠재성장률이 개선되기 어렵고 시장심리도 여전히 취약하다. 또 중국의 부동산 거품 논쟁도 복병이다. 하지만 4월에 눈이 온다고 해서 여름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이 금융위기의 연장이 아니라 마무리 국면에 벌어진 ‘창조적 파괴’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