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류현진 나홀로 고군분투

타선-불펜 지원 못받고
팀 연패 막을 책임까지…
이날 류현진이 7회까지 100개의 공을 던졌을 때 팀은 3-1로 앞섰다. 대개 이런 상황이라면 중간 계투가 1이닝 정도를 던지고 마무리 투수가 나오는 게 보통. 하지만 류현진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흥미로운 건 기록 달성을 위한 의도적인 완투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한대화 한화 감독과 류현진 모두 경기 중에는 신기록을 의식할 여유는 없었다.
류현진은 2006년 입단할 때부터 에이스로 활약했다. 하지만 올해처럼 홀로 팀을 이끌지는 않았다.
올 시즌 한화에서 외로운 에이스가 된 류현진의 모습과 비견될 만한 이는 롯데 손민한이다. 1997년 입단한 손민한은 2001년 15승(6패)을 올리며 에이스 입지를 굳혔으나 롯데는 그해부터 2004년까지 4년 연속 꼴찌라는 어둠의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KIA를 챔피언으로 이끈 윤석민도 2007년에는 18패(7승)를 홀로 떠안은 처량한 신세였다.
꼴찌 에이스의 원조는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삼미 인호봉과 이듬해 입단한 장명부가 꼽힌다. 1986년 빙그레(현 한화) 창단 멤버로 활약한 이상군과 한희민은 사상 최고의 ‘꼴찌팀 원투펀치’로 부를 만하다. 당시에는 투수 자원이 부족했고 분업 시스템도 없던 때라 이상군은 19경기, 한희민은 12경기를 완투하며 힘겹게 마운드를 지켰다.
해외에서는 메이저리그 휴스턴의 로이 오즈월트, 일본 라쿠텐의 이와쿠마 히사시 등이 외로운 에이스로 불린다. 꼴찌 에이스의 전설은 1972년 스티브 칼턴이다. 1988년 은퇴한 칼턴은 1972년 꼴찌였던 필라델피아에서 41경기에 선발 등판해 30경기를 완투하며 27승(10패) 평균자책 1.97, 탈삼진 310개로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