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中企들이 개발에만 치중하다 낭패성공 확률 낮은 아이디어 초기에 걸러내프로젝트 일찍 중단할수록 비용 줄일 수 있어조직내 소통과 실패 용인 분위기 조성해야
많은 중소기업이 제품 ‘개발’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성공적인 신제품 개발을 위해선 단순 개발 계획뿐 아니라 신제품 아이디어 창출부터 최종 제품 출시에 이르는 ‘전체 프로세스’를 관리해야 한다. DBR 그래픽
실패 이유는 다양하다. 기술 개발 자금이 부족했을 수도 있고, 시장이 미성숙해 낭패를 봤을 수도 있다. 그러나 홍진환 옵티멈 경영컨설팅 대표는 “이런 지적들은 학부모들이 ‘우리 애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서 성적이 안 좋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실패 원인 분석이라기보다는 변명이나 넋두리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중소기업이 신상품 개발에 성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7호에 제시했다. 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마케팅 교과서에 정의된 일반적인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는 아이디어의 창출과 심사, 제품 개념 정립과 마케팅 전략 수립, 사업성 분석, 제품 개발, 테스트 마케팅, 상품화의 8단계를 거친다. 실제 투자가 많이 소요되는 개발 단계 이전에 아이디어나 시장에 대한 분석을 선행하는 게 특징이다.
중소기업들도 단순 개발 계획뿐 아니라 신제품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출시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관리해야 한다.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의 단계를 정의하고, 단계별 통과 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디어 심사 단계에서 기술적 완결 가능성과 상업화 가능성을 누가, 어떤 기준에 따라 평가할지 등을 미리 정해야 한다. 이런 작업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프로세스가 진척될수록 투자비용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프로세스 관리에서 특히 유념해야 할 사항은 자사의 제품 혹은 고객 특성에 맞춰 프로세스별 역량 배분을 효과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기업의 하청 생산을 하던 중소기업 가운데 최종 소비자 대상으로 직접 제품 판매에 나섰다가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 그 이유는 대개 산업재(B2B) 개발에서 사용했던 프로세스를 소비재(B2C)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기 때문이다. 고객의 의뢰에 따라 개발하는 B2B 제품은 시제품 및 품질 테스트 단계가 특히 중요하다. 반면 B2C 제품은 소비자 니즈나 유통 채널 확보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B2C 제품을 B2B와 같은 개발 프로세스로 진행하다가는 소비자의 욕구 파악이나 유통 채널에 대한 분석 미비로 실패하기 쉽다.
성공 가능성이 낮은 아이디어는 초기에 걸러내야 한다. 물론 훌륭한 아이디어를 선택하지 못할 확률도 있다. 하지만 신제품 개발과정이 진행될수록 비용은 크게 늘어난다. 따라서 프로젝트를 일찍 중단할수록 비용도 절감된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혹은 실패를 인정할 수 없어서, 혹은 일단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자고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다. ‘신속한 실패(fast failure)’가 훨씬 성과에 도움을 준다. 경영 사상가 톰 피터슨은 “신속한 승리가 가장 좋지만, 신속한 실패는 신속한 승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명한 기업은 성공 가능성이 낮은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자체적으로 출시를 포기하기 때문에 신제품의 성공률이 높다.
‘신속한 실패’를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특히 개발 책임자나 개발팀의 성과지표(KPI)를 전사적 관점에서 재정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개발팀의 성과를 개발 성공이나 성공률로 측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에서의 성공이 아닌 제품 개발 성공에만 매달릴 공산이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발팀에도 시장성과를 반영한다든지, 실패율보다 실패 금액을 관리하는 등의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중소기업인들은 총판이나 홈쇼핑 등 유통채널과의 수익 배분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털어놓는다. 실제 유명 홈쇼핑 회사들은 수수료나 반품 처리 등과 관련해 중소기업에 많은 짐을 지우기도 한다. 하지만 ‘댕기머리’ 샴푸나 ‘한경희 스팀청소기’ 등 홈쇼핑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성장한 중소기업들도 많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리한 조건을 두고 불평만 하기보다는 유통채널과의 협력을 통해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공 사례를 만들고, 차차 목소리를 높이는 게 필요하다.
언뜻 생각하면 소규모 인원이 가족같이 지내는 중소기업에서 부서 간 정보 공유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 같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심각한 중소기업들이 의외로 많다.
우선 절대 인력이 부족해 다른 부서와의 업무 협조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자신의 일만 하기도 벅찰 때가 많아서다. 대기업에 비해 체계적인 정보 관리도 미흡하다. 각 부서 내에서의 데이터 관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타 부서와 정보를 공유할 때 특히 문제가 발생한다. 최고경영자(CEO)가 조직 내 의사소통에 장애가 될 때도 의외로 많다. 중소기업 CEO는 대부분 최대 주주이면서, 기업의 창업자일 때가 많다. 엔지니어 출신 CEO들도 많다 보니 업무에 대한 전문성도 그 기업 내 누구보다 높을 때가 많다. 이러한 현실에선 직원들이 함부로 반대 의견을 내는 게 쉽지 않다.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려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부서 간 정기적 회의체를 운영하는 게 한 방법이다. 전기밥솥 시장의 최강자인 쿠쿠홈시스는 연중 두 차례씩 일주일간의 정기 시장 조사를 벌인다. 이때 영업, 마케팅뿐 아니라 연구개발이나 생산부서의 직원들까지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 니즈뿐 아니라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 다양한 부서 인력이 동시에 참여하는 정기 시장 조사를 통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버튼을 누를 수 있게 하는 ‘톱 컨트롤(Top Control)’ 디자인, 쌀밥과 콩밥을 동시에 지을 수 있는 ‘나누미’ 등의 신제품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시장에서 팔리는 신제품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정책자금은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기업이 추구하는 전략에 맞지 않는다면 정책자금을 받지 않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도 있어야 한다.
홍진환 옵티멈 경영컨설팅 대표 jinhongs@naver.com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7호(2010년 5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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