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임성민.
최근 첫 사극 ‘동이’에 출연하며 연기력 논란에 휘말린 탤런트 임성민이 “충격이 컸다”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13일 재회한 임성민은 영화 ‘내사랑 내곁에’로 만난 지난해 10월 인터뷰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솔직한 답변은 변함 없었지만 굳은 얼굴로 ‘연기논란’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면 금세 눈이 붉어졌다.
임성민은 제대로 정신조차 차릴 수 없었던 지난 일주일을 회상하며, 당사자가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충격을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그녀가 인터넷에서 세찬 논란을 겪은 직후, 어버이날이 있었다.
“창피해서 돌아다닐 수 없었다. 하지만 바로 어버이날이었지 않나. 부모님 얼굴을 도저히 못 뵙겠더라. 몰래 식탁에다 카네이션만 두 송이 놔두고 문자만 남기고 돌아왔다. 너무 죄송해서...”
그녀는 지난 인터뷰에서 “엄격한 가정환경에 항상 꿈꿔온 배우의 꿈을 접고, 중간 타협점이었던 아나운서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어렵게 돌아온 길이니만큼 누구보다 연기자로 성공한 딸의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었을 그녀였다.
임성민은 아나운서가 배우로 전향한 첫 번째 케이스다. 당시로는 잘 나가던 아나운서의 과감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 길은 험난함 자체였다. 2001년에 프리로 전향하며 연기자에 도전했지만 몇 년 간 MC 쪽에서는 “이제 연기하지?”, 제작 쪽에서는 “아나운서 했지?”라는 편견 사이에서 양 쪽 일을 모두 할 수 없는 상황까지도 겪었다.
“지금까지 어떻게 왔는데…” 간결하지만, 고뇌가 담긴 답이 돌아왔다.
“사람이 다소 여유가 있어야 결혼이든 다른 일이든 생각할 수 있지 않나. 지난 10년은 나에게 웬만한 사람의 만 배 정도로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항상 내 앞가림 하기에 급급했다. 결혼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갈 길이 멀었다.”
이번에도 또 한번 시련을 겪고 있는 그녀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따뜻한 동료 선후배와 제작진이 있었기 때문이다.
배우 정진영은 이번 일에 대해 “어떤 때는 화가 난다”며 “비난보다 격려를 해준다면 어떨까.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은 연기자”라는 말로 시청자에게 참을성을 부탁했고, 이병훈 감독은 “아나운서 출신 연기자에 대한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은 것 같다. 같은 연기를 해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이 말씀하셨듯이 아직 갈 길이 멀고 초반이니 과정을 더 지켜보아 주셨으면 좋겠다. ‘드라마가 끝나면 시청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까…’ 지금은 그것을 바라보고 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며 또 다시 스스로를 일으키며 의욕을 다졌다.
이유나 동아닷컴 기자 ly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