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에게/이영주 지음/124쪽·8000원·민음사
2000년 계간 ‘문학동네’로 등단했으며 ‘불편’ 동인으로 활동 중인 이영주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달, 웅덩이, 구멍, 주머니, 미로, 자궁, 피 등 음울하면서도 축축한 이미지들이 빚어내는 환상성들로 가득 차 있다. 그의 시에서 일상은 순간순간 환상과 일탈, 기괴함과 섬뜩함으로 변주된다. 긴장감과 팽팽한 불안. 문장 문장마다 다음을 방심할 수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린 저무는 사람들. 생일은 미리 말해주자. 젖은 바람 부는 계절에는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자. 머리를 빡빡 민 사람이 오랫동안 편지를 쓴다. 몸을 보니 여자였구나. 상점 주인은 창 밖의 간판을 세다가 저무는 사람. 단 한 명의 노파도 없는 비 오는 골목으로 음악을 흘려보낸다.” (‘저무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