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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마당]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필요한가

입력 | 2010-05-15 03:00:00


《스폰서 검사 파문 뒤에 검찰 개혁 논의가 활발합니다. 일각에서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대안으로 거론합니다. 전문적 비리수사기구로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보장되는 별도 조직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정치 사찰기구로 변질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 대신 특별수사를 정예화하는 등 검찰 스스로 환부를 도려내도록 하자는 주장입니다. 공수처 도입 논란을 소개합니다.》

[찬성]공정성 보장된 사정기구 시급

뇌물사건 물증 적발 어려워 장기적 수사 필요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이 있다. 외국의 사례를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수사권 수사지휘권 기소권 기소재량권을 사실상 독점하는 우리 검찰과 같은 절대 권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막강한 권력과 광범위한 재량권, 그리고 불투명성은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고 검찰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달 방영된 MBC PD수첩은 검사와 스폰서의 유착관계 및 지방의 업자가 어떻게 검찰을 등에 업고 지역의 권력자로 군림하는지 숨김없이 보여주었다.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하는 검찰이 오히려 부정과 불의의 후원자가 된 사태에 국민은 큰 충격과 불신에 빠졌다.

권력은 분리해 상호 간에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민주주의가 산다. 검찰은 일본식 검찰시민심사회에 호감을 갖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과 달리 2008년 재정신청을 전면 확대했다. 헌법소원도 가능하다. 검찰시민심사회는 재정신청과 중복되어 무의미할 수 있다. 뇌물죄의 경우 고발인도 재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공소유지변호사제도를 재도입하는 편이 낫다.

공수처의 필요성은 이번 검사 스폰서 사건 이전부터 강력하게 제기됐다. 그 이유는 첫째, 전문적인 비리수사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뇌물사건은 은밀하고 물증도 없어 적발하기가 어렵다. 피의자를 소환해 자백을 강요하고 인격적으로 망신 주는 자백 위주의 수사방식을 탈피하고 장기간에 걸친 수사로 결정적 물증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수사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공수처는 홍콩의 염정공서(ICAC)나 싱가포르의 부패행위수사국(CPIB), 영국의 중대사기범죄수사청(SFO)과 같이 공무원의 뇌물과 비리를 겨냥한 특별사정기구로서 ‘한국형 FBI’를 지향해야 한다. 풍부한 경험을 갖춘 전문적 수사인력이 첨단설비와 기법을 활용해야 한다.

둘째,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로 이끈 박연차 게이트 사건, 올해의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처럼 공무원의 뇌물범죄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경우가 많다.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하는 검찰과 경찰의 인사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손보지 않는 한 검찰의 뇌물사건 수사는 항상 공정성 문제를 야기한다.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보장되는 공수처로 하여금 이런 수사를 담당하게 해야 국민적 신뢰가 확보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1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공수처 설립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73.7%였다. 국민이 이번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새로운 제도에는 장단점이 있다. 공수처의 구체적 법률안이 나와 있는 것이 아니므로 논의를 통해 단점은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부정부패에 효과적으로 대처한 홍콩 싱가포르 영국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 창의적으로 공수처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반대]검찰 특별수사 정예화가 먼저

지나친 미행-감청, 정치적 사찰로 변질될 수도


검찰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공수처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의 환부를 도려내기 위해 별도의 사정기구가 필요하다는 논거다. 공수처 설치는 결국 국민이 선택할 일이지만 오랫동안 수사에 몸담았던 필자로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어느 조직에서 잘못된 점이 있다면 그것을 고치려고 하지 않고 다른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일이 국가나 사회의 운용에 과연 효율적인지 묻고 싶다. 또 검찰 스스로 환부를 도려낼 수 있는 힘과 용기가 없다고 하지만 내가 아는 검찰은 정의 앞에서 결코 회피하거나 비겁하지 않았다. 되살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지만 검찰 스스로 소속 장관이나 차관, 검사장을 구속 수사한 예도 있지 않았는가.

공수처가 생긴다면 검찰의 환부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고질적 부정부패를 일소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부정적이다. 부정부패 수사란 쉽지 않다. 고도의 정의감, 사명감과 함께 전문지식과 수사 노하우가 필요하다. 수사 대상이 고위공직자로 제한되는 공수처는 뇌물을 준 사람을 먼저 수사하지 못하고 뇌물을 받은 고위공직자부터 수사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미행과 감청이 필수적이다.

수사 대상자에 대한 미행과 감청을 일삼다 보면 범죄정보보다는 사생활정보를 축적하고 그 정보를 남용해 수사에 활용하는 잘못을 범하기 쉽다. 과거 ‘사직동팀’을 두고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정치사찰 기구니, 표적수사 기구니 하고 비판했던 걸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도 사찰기구로 변질될 수 있는 공수처 설치에 반대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공수처 설치 주장은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론과 직결된다. 중수부 존폐 문제를 놓고 검찰 내부에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초점은 중수부의 기능이나 성과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검찰총장이 중수부를 통해 직접 부패수사를 지휘하다 보니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일련의 사건으로 실추된 검찰 위상을 생각하면 정말 안타깝다.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는 길은 공수처나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 자식이 공부하지 않고 놀기만 한다면 부모는 매를 들어야 한다. 지금 우리 국민은 검찰을 향해 매를 든다. 놀지 않겠다는 다짐만으로는 부족하다.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을 올려야 한다. 검찰의 특별수사를 정예화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계분석 등 전문지식 향상이나 수사지원 시스템의 확대와 함께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와 수사관이 절제와 겸손의 도를 갖춰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뼈를 깎는 반성과 함께 검찰만의 시각에서 벗어나 더욱 넓은 시야로 검찰 수사관행에 획기적인 변화와 발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검찰이 60년간 이뤄낸 성과와 국민의 신뢰에 보답하는 길이다.

박영수 법무법인 산호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