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의 라우라는 그 밑에서 부통령을 하다가 대선에 뛰어 들었다. 의원 장관 부통령을 지낸 다채로운 경력, 현 여당의 후보인 점 등 여러 가지로 우세하였지만 추격당하는 입장에서는 늘 불안했다. 물론 코스타리카는 의원과 장관의 40%가 여성으로서 양성평등에서 세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나라지만 대통령도 탄생할지가 국제적 관심이었다. 여론조사에서 계속 열세에 몰린 야당 후보들은 여성이 과연 정치를 제대로 끌어가겠느냐, 당선되어도 현 대통령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꼭두각시 아니겠느냐며 비방전으로 나왔다.
그녀는 쓸데없는 상호비방전은 안하겠고 정책으로만 말하겠다고 대응했다. 인신공격은 성숙한 국민들에게 먹혀들기는커녕 역효과를 가져와 그녀는 2월 7일 선거에서 재투표 조건인 득표율 40%를 넘어 46%로 한 판에 승리를 거뒀다. 국민은 아르헨티나와 칠레에 이어 자기들도 여성 대통령을 갖게 되었다고 환호했다. 무엇을 보고 찍었느냐는 선거 후 여론조사에서 그녀의 훌륭한 성품이었다는 답이 제일 많았다. 특히 상하계급과 빈부격차가 많은 사회에서 중간층과 서민의 지지가 많았다.
상징적으로 여성의 날인 3월 8일에 선관위가 주는 당선증을 받으면서 그녀가 한 말이 인상적이다. “겸손한 마음으로 나라를 운영하겠습니다. 통치란 위에서 누르지 않고 아래로부터 받아 올리는 것, 상대를 꼬집는 것이 아니라 설득하는 것, 아랫사람에게 구술하는 게 아니라 대화를 하는 것, 주먹이 아니라 펼쳐진 손을 내미는 것, 소수만의 성벽을 쌓는 게 아니라 모든 백성의 집을 돌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동으로 보여준 모습은 멋진 말보다 더 인상적이다. 의회 내 과반수에 5석이 부족한 여당으로서 군소정당 의원 몇 명만 확보해도 될 텐데, 그녀는 패배한 정당의 대표를 일일이 찾아가 국가운영에 협조를 구하고 매일같이 여러 노조를 비롯한 시민단체를 만나 그들의 처지와 주장에 귀를 기울였다.
차분하게 남의 말을 경청하는 게 특기인 그녀에 대해 사람들은 진실로 대화가 통하는 지도자라고, 우리가 대통령을 진짜 잘 뽑은 것 같다고 취임 전부터 호감이 대단했다. 외교적으로는 보좌진 서너 명만을 대동하고 인근 5개국 방문해 관계를 다져 놓아 언론은 이를 매력공세(charm offensive) 외교라 불렀다. 한국을 좋아하는 그녀가 언젠가 방한을 하면 이 매력적인 여자 대통령을 서울에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권태면 주코스타리카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