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전혁 대책위원회가 ‘대한민국 교육살리기 희망나눔 콘서트’를 1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기로 하고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한 것은 이번 주 월요일인 10일이었다. 대책위는 ‘전교조 교사가 누군지를 파악하는 것은 학부모의 알 권리에 속한다’며 명단 공개를 강행했던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을 지원하기 위해 보수 인사 10여 명이 만든 단체다. 주최 측은 이번 콘서트에서 전교조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고 교육 문제를 생각하는 문화 행사로만 진행하겠다고 사전에 공지했다고 한다. 보도자료에는 심현섭 박준형 씨의 사회로 애프터스쿨 M4 남궁옥분 윤형빈 씨등이 출연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보도자료가 나간 다음 날부터 좌파 매체들의 전화가 대책위 쪽에 이어졌다고 허현준 대책위 사무국장은 전한다. 주로 “‘전교조 죽이기’를 위한 정치집회 아니냐”는 질문과 함께 참석 연예인들을 확인하는 내용이었다. 이 행사 소식이 알려진 직후 출연 연예인의 소속사에는 협박성 전화가 계속됐다. 애프터스쿨의 팬 카페와 박준형 씨의 미니홈피에도 출연을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남궁옥분 씨는 행사 하루 전인 12일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을 봤다’며 이 행사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교조의 홈페이지는 바로 ‘남궁옥분 출연 안 한다’는 소식을 올렸다.
▷13일 행사는 연예인들이 모두 출연을 취소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대책위 측이 “연예인 소속사에 협박 및 폭언 등 압력을 가하는 행태로 미뤄 특정 목적을 지닌 집단일 수 있다”며 악플이 원인이라고 거론하자 일부 누리꾼의 공격이 다시 이어졌다. ‘배후는 없다’는 글에서부터 ‘연예인이 정치적 색깔의 집회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 ‘조 의원은 법을 지키라’는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
▷2년 전 촛불집회를 연상시킨다. 연예인들이 촛불집회에 참석하자 좌파 인사들은 환호했다. 연예인이 좌파와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집회에 출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이중 잣대다. 대중에 대한 파급효과가 큰 연예인의 발을 묶어놓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전교조가 법원이 불법으로 판결한 집단 연가투쟁을 12차례나 강행하는 동안 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하다. 표현의 자유를 그토록 떠들어온 세력들이 남의 집회를 훼방 놓는 것은 이율배반이자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일이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