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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하루종일 총성… 놀란 시민들 대피

입력 | 2010-05-15 03:00:00

“협상 물건너갔다” 시위 다시 불붙어
軍 봉쇄작전 돌입… 곳곳서 정면충돌




태국 반정부 시위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이달 초 시위대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조기총선 실시 방침을 밝히자 순조롭게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시위대가 해산을 거부한 데다 시위대 지도자인 카띠야 사와스디폰 소장이 저격을 당한 후 격렬한 시위가 벌어져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협상을 통한 해결은 물건너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전쟁터로 변한 방콕

태국 정부가 방콕의 반정부 시위대 밀집지역에 대한 봉쇄작전을 펼친 가운데 군경과 시위대는 13일 밤과 14일 방콕 곳곳에서 충돌했다. 특히 유명 관광지인 수안룸 야시장 인근에 모인 2000여 명의 시위대를 향해 군이 해산작전을 펴자 양측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시위대는 군이 보유한 물대포 차량과 경찰버스 등을 탈취해 불을 지르기도 했다. 이에 군은 실탄과 고무탄 등을 쏘며 맞섰다. AFP통신은 “하루 종일 총성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공황 상태에 빠진 시민들이 도망가고 있다”고 전했다.

시위대 지도부는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가 유혈사태에 대해 책임질 것을 요구하면서 “민주주의와 정의를 회복할 때까지 투쟁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태국군은 시위대가 점령하고 있는 지역 일대에 13일부터 단전·단수 조치와 함께 대중교통 차단, 휴대전화 서비스 중단, 검문소 설치 등의 조치를 취했다. 약 1만 명의 시위대가 4월 초부터 랏차쁘라송 거리를 중심으로 방콕 중심부를 점령한 채 군경과 대치하고 있다. 태국 정부 대변인은 “봉쇄작전은 이미 시작됐으며 완전히 봉쇄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 시위대 지도부 내분으로 혼란 가중

시위대의 지지를 받고 있는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는 14일 정부의 강경 대처를 비난하면서도 “아직 정치적 해결 가능성은 남아 있다”며 협상 재개를 주문했다. 쁘라윗 웡수원 국방장관도 “이번 봉쇄작전은 시위대가 협상 테이블로 다시 나오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AP통신은 “카띠야 소장 저격 사건으로 이제 협상을 통해 이번 사태가 해결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20여 명으로 구성된 시위대 지도부가 온건파와 강경파로 분열돼 혼란에 빠지면서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건파 지도자들은 정부와 타협하고 시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강경파 지도자들은 투쟁 방침을 고수해 시위대 지도부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현지 일간 방콕포스트가 14일 전했다. 대표적 온건파 지도자인 위라 무시까뽕 씨는 강경파와의 마찰로 지도부에서 물러났다. 온건파 측은 “시민들도 점차 시위대에 부정적으로 변해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 태국 반정부 시위 주요 일지 (2010년 기준)

― 2.26 대법원, 태국 내 동결된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재산 약 14억 달러 몰수 판결
― 3.12 ‘레드셔츠’ 반정부 시위 돌입
― 3.28∼29 시위대-정부 2차례 협상 벌였으나 합의 실패
― 4.3 반정부시위대 방콕 쇼핑 중심가 무단 점거
― 4.7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 방콕 및 인근 지역에 비상사태 선포
― 4.10 정부, 시위대 강제해산 시도했으나 실패. 25명 사망
― 5.4 아피싯 총리, 11월 14일 조기총선 실시 제안
― 5.13 시위대 해산 거부하자 정부 강제해산 시도. 반정부 시위대 지도자 카띠야 사와스디폰 소장 피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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