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질환 비수술 요법 ‘신경성형술’, 눌려있는 신경의 염증·부종 가라앉혀 통증 완화…중증 질환일 땐 효과 없어 증상 정확히 진단받아야
특히 척추 수술은 ‘위험하다’ ‘재발이 많다’ ‘한번 칼을 대면 영영 못 쓴다’는 인식이 많다. 허리통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선뜻 병원을 찾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치료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비수술 요법’으로 치료하려는 환자가 많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척추 치료에 ‘경피적 경막외 신경성형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름을 풀어보면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경피적) 신경을 싸고 있는 막의 바깥쪽(경막외)으로 미세한 관을 삽입한 후 약물을 투여해 눌린 신경을 복원(신경성형)하는’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신경성형술을 경험한 환자의 사례를 통해 신경성형술에 관해 알아보자.
○ 신경 염증, 부종 가라앉혀 허리 통증 완화에 효과적
갑작스런 허리와 다리 통증으로 허리디스크질환을 의심했던 직장인 이대호 씨(42)는 수술에 대한 두려움으로 치료를 망설여왔다. 하지만 최근 갈수록 통증이 심해지자 이 씨는 결국 병원을 찾아 신경성형술을 받았다. 디스크가 손상됐으나 당장 수술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었다. 시술 후 증상이 빠르게 호전됐고 현재는 운동요법을 포함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신경성형술은 통증이 있는 부위에 지름 2mm 정도의 카테터(가느다란 특수관)를 삽입한 뒤 염증을 감소시키는 약물을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눌려있는 신경을 풀어주고 염증과 부종을 가라앉히는 등 신경을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다.
21세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현우 진료부장은 “국소마취로 시술할 수 있고 시술시간도 20분 이내로 비교적 짧아 환자가 느끼는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치료 후 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고 보통 1, 2회 치료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진료부장의 설명이다.
○ 고혈압, 당뇨 등과 관계없이 시술 가능
주부 최경자 씨(65·여)는 최근 다리와 허리에 통증이 심해 보행에 어려움이 많았다. 최 씨의 진단명은 ‘척추관협착증’. 척추관이 좁아져 다리로 가는 신경이 눌린 상태였다.
신경성형술은 최 씨처럼 고혈압, 당뇨 등 지병으로 인해 수술을 망설이는 환자도 시술 받을 수 있다. 고령으로 수술이 부담스러운 경우도 마찬가지. 디스크질환 수술 후 통증이 남아있는 환자에게도 좋다.
배 원장은 “특히 수술 후 원인 모를 허리통증이나 다리가 저린 증세를 동반한 환자에게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 신경성형술이 적합한 것은 아니다. 배 원장은 “척추관 협착증이 중증으로 진행됐거나 마비를 동반한 중증의 디스크질환일 경우 치료효과를 볼 수 없다”고 설명하면서 “증상에 따라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 치료법 선택, 정확한 진단이 관건
허리디스크병 진단을 받았지만 수술을 원하지 않아 한 병원에서 신경성형술을 받은 권호철 씨(55). 시술 후 일시적으로 증상이 호전된 것처럼 느껴졌지만 얼마 후 허리와 다리 통증이 재발했다. 근육내신경자극술 등 다른 비수술 요법으로 치료했지만 통증은 계속 됐고 하지 마비 증상까지 동반됐다.
디스크가 완전히 파열된 것을 정확히 진단받지 못하고 시술받아 생긴 결과였다. 권 씨는 결국 병원을 옮겨 ‘미세현미경레이저수술’을 받은 후 허리디스크병을 치료할 수 있었다.
이 진료부장은 “외과적 치료를 받아야하는 중증환자가 비수술 치료를 수차례 반복하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면서 “치료법을 결정할 때 의사의 정확한 진단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척추수술 전문병원에서 비수술 요법으로 치료받는 환자가 많아졌다. 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일수록 비수술 요법이 가능한 환자인지 아닌지를 가려내고 적절한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으며, 비수술 요법이 효과가 없을 때 빠르게 외과적 치료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환자들의 판단에서다.
배 원장은 “정상조직을 가급적 보존하고 손상부위만 정확하게 찾아 치료하는 내시경수술이나 미세현미경레이저수술은 비수술 요법과 마찬가지로 국소마취나 척추마취로 진행되며 수술시간이 짧다”면서 “수술 경험과 노하우가 많은 의사를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21세기병원은 2008년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척추전문병원. 월 평균 300건의 수술을 진행한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척추질환분야에서 절제 부위를 극소화해 수술하는 ‘최소침습수술’과 ‘내시경무혈수술’을 하고 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