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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선의 투자터치]장기 하락장세 ‘짧은 반등’에 현혹되지 말라

입력 | 2010-05-17 03:00:00

이번 주 격언 : 주식투자는 기다림의 미학

확연한 하락국면 판단되면 현금쥔 채 길게 기다릴 필요
상승땐 작은이익 유혹 떨치고 이익 날 때 한번 크게 벌어야




짝사랑하는 여인이 마음을 열어주길 기다리는 남자의 안타까움. 강물에 낚싯대를 드리워놓고 물고기가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낚시꾼의 긴 침묵. 들판에 씨앗을 뿌려놓고 풍성한 결실을 기다리는 농부의 소박한 소망. 이런 기다림과 견줄 수 있는 것이 하나 더 있으니 주가가 오르기를 기다리는 투자자의 간절함이다.

흔히 주식투자를 ‘인내와의 싸움’이나 ‘고독한 기다림’이라고 표현한다. 그 누구도 주가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기에 주식을 사놓고는 막연히 기다리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주식투자자에게 기다림은 일상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기다림에도 국면별로 내용에는 큰 차이가 있어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하락 국면에서의 기다림이다. 전체 거래량이 줄어들고 주가 그래프의 고점과 저점이 점점 낮아지는 확연한 하락 국면에서는 현금을 보유하고 장기간 기다리는 습관에 익숙해져야 한다. 장기적인 하락 국면에서도 한번씩 나타나게 마련인 짧은 반등에 현혹된다든지, 이제 곧 오르겠지 하고 막연히 주식을 보유한 채 하염없이 기다려서도 안 될 것이다. 짝사랑하는 여인이 자기에게 마음을 열기까지 적절한 자세에서 긴 기다림이 필요한 것이다.

이 하락 국면에서는 미국 월가 최고의 펀드매니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존 네프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눈에 띄는 종목이 없다면 일단 팔짱을 끼고 기다려라. 공연히 차선책을 사면 꼭 후회하게 된다. 차라리 현금을 들고 있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종목 찾기가 힘들 땐 일부를 현금으로 비축한다고 생각하라. 결국 쉬는 게 가장 효과적인 투자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둘째, 횡보 국면에서의 기다림이다. 큰 하락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짧은 등락이 반복되는 박스권 횡보 국면이 전개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때에도 주식을 섣불리 매수하기보다는 향후 주도종목을 고르는 기다림의 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경제동향, 정부정책, 기업 분석자료 등을 조사하고 횡보 국면 마무리 후에 어떤 업종이나 종목군이 주식시장의 주도주로 부각될 것인가를 잘 연구해야 한다. 그러다가 횡보 국면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 전체적인 거래량 증가와 주도주 부상 여부 등을 파악하면서 주식을 서서히 분할 매수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낚시꾼이 작은 입질에 자꾸 낚싯대를 들어올리면 물고기는 다 도망가 버리고 만다.

이 횡보 국면에서는 일본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며 일본 자산운용업계에서 적립식펀드를 크게 성공시킨 사와카미 아쓰토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는 “기필코 바닥 근처에서 매수하고자 한다면 3, 4회 나눠 사면 된다. 소위 ‘정액매입법’으로 자금을 몇 등분해서 주가가 내려갈수록 매수량을 늘려가는 것이다. 주가는 기업실적을 1년 정도 선행해 반영한다. 실적을 확인한 뒤에는 늦다. 미리 움직이는 장기투자자가 시세를 이끄는 법이다. 커다란 흐름을 예측하고 미리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마지막으로 상승 국면에서의 기다림이다. 지루한 횡보 국면이 끝나면 그동안 축적된 에너지를 바탕으로 서서히 주가의 상승이 시작된다. 그런데 대개의 투자자는 상승 초기 국면에서 작은 이익에 만족해하며 주식을 팔아버리는 때가 많다. 주가의 대세 상승 과정에서도 당연히 여러 차례 일시적인 조정 과정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일시적 조정 과정에서 많은 투자자는 이익을 실현하고픈 욕구를 느끼고 실제로 작은 이익을 흡족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주식은 이익이 날 때 한번 크게 벌어야 한다. 상승 국면에서는 작은 이익을 실현하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고 꾹 참고 기다려야 큰 시세를 놓치지 않게 된다. 농부는 작은 열매가 맺었다고 익지도 않은 것을 서둘러 따지 않는다.

월가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는 “주가가 얼마만큼 올라갈지 미리 한계를 정해서는 안 된다. 영업 상황이 여전히 좋고 이익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이제 더는 올라갈 수 없다’고 미리 판단해 그 주식을 무시할 이유는 없다. 그런 식으로는 평생가야 10루타 종목을 얻지 못할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이렇듯 주식 투자에서 필수적인 인내를 통한 기다림의 과정에서 국면별로 기다림의 내용을 달리하면 투자 위험은 최소화하고 투자 수익은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박용선 SK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