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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나는 이미지로 말한다

입력 | 2010-05-18 03:00:00

입학사정관제 뚫은 나만의 포트폴리오




《올해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지원한 아들을 둔 주부 성모 씨(43·서울 양천구 목동). 얼마 전 지원 마감을 앞두고 아들이 작성한 온라인 자기소개서를 살펴보던 성 씨는 페이지 하단에 ‘첨부 이미지’라고 쓰인 칸을 발견했다. 무엇을 첨부하라는 건지 몰랐던 성 씨는 결국 칸이 비어있는 채로 원서를 냈다. 첫째 딸을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진학시킨 선배 엄마를 우연히 만난 성 씨는 첨부 이미지에 관해 물었다. 선배 엄마는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이나 이미지 자료를 첨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 씨는 “우리 아이만 첨부 이미지 없이 지원했다고 생각하니 걱정 된다”면서 “하지만 무엇을 첨부해야하는지 알았어도 어떤 이미지 자료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줄뿐인 활동내용, 시각자료로 보완해 효과 극대화
‘how’뿐 아니라 ‘what’에 관심갖고 준비를


입학사정관 전형이 대학뿐 아니라 고교 입시로까지 확대되면서 자신의 관심분야와 활동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포트폴리오는 △학교생활기록부 △추천서 △자기소개서 등에 기록된 사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자료다. 특히 사진, 그림, 관찰일지 등 시각자료로 구성한 ‘이미지 포트폴리오’는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자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특히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 고등학교에 본격적으로 도입한 창의적 체험활동 지원시스템(www.edupot.go.kr)에는 비교과활동과 관련된 사진을 직접 첨부할 수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 지원시스템에 입력된 내용은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입학사정관은 이미지 포트폴리오를 통해 학생의 무엇을 평가할까? 입학사정관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이미지 포트폴리오는 어떤 것일까? 알찬 이미지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합격에 이른 학생들과 실제 평가자의 조언을 통해 전략적인 이미지 포트폴리오 준비법을 알아보자.

KAIST 1학년 조민홍 씨(20)의 포트폴리오(사진 왼쪽). 조 씨는 ‘나의 실적’ 항목에 과거 출전했던 로봇 관련 대회의 이미지를 꼼꼼히 정리해 첨부했다. 이화여대 1학년 한지이 씨(20·여)는 포트폴리오에 ‘시인’이라는 꿈을 갖게 해준 문인들과의 만남을 사진으로 남겼다(사진 가운데). 한국과학영재학교 1학년 이철호 군(14)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작성한 수학 탐구 일지(사진 오른쪽)에는 다양한 이미지 자료와 함께 제목, 날짜, 주제 등이 꼼꼼히 정리됐다.

단 한 줄로 표현되는 수상실적이나 활동내용을 눈에 띄게 뒷받침할 수 있는 도구가 시각자료다. 학부모와 학생은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럴듯한 포트폴리오를 위해선 굉장한 사진 실력이 필요하다거나 어마어마한 공을 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좋은 평가를 받는 이미지 포트폴리오는 기술이나 노하우에서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How)’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무엇을(What)’ 담는가이다.

한국과학영재학교 1학년 이철호 군(14)은 초등 6학년 때 부모와 절에 갔다가 우연히 스님이 꺼내 보인 만다라(밀교·密敎에서 발달한 상징의 형식을 그림으로 나타낸 불화·佛畵)가 그려진 카드를 봤다. 만다라 모양이 당시 읽고 있던 책 ‘만델브로트가 들려주는 프랙탈 이야기’에서 본 프랙탈(부분이 전체를 닮는 형상)과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한 이 군. 그는 카드를 가진 스님과 “이건 만다라다” “아니다, 이것은 프랙탈 도형이다”라며 실랑이를 벌였다.

스님에게 만다라 카드를 받아온 이 군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수학과 종교의 이상한 만남’이라는 주제로 탐구일지를 썼다. 큰 제목을 ‘프랙탈과 만다라’라고 쓰고 날짜를 적었다. 아래쪽엔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사연과 인터넷에서 찾은 프랙탈 이미지, 스님에게 받은 만다라 카드를 첨부했다. 마지막으로 ‘만다라와 프랙탈이 △중심점이 있다 △원이 반복된다 △구조가 확대되면서 반복이 눈에 띈다는 공통점이 있어 무척 흥미롭고 연구해보고 싶다’고 적었다.

8개월 간 꾸준히 작성한 탐구일지를 이 군은 지난해 한국과학영재학교 지원 시 포트폴리오로 제출했다. 이 군의 어머니 이재실 씨(49)는 “평소에 ‘네가 어떤 식으로 생각이 발전했는지 보여주려면 경험한 것을 꾸준히 정리하고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도했다”면서 “사진을 찍고 인터넷에서 이미지 자료를 찾는 모든 활동은 아이 스스로 했는데 하다 보니 점차 실력이 늘었다”고 말했다.

진로를 결정하게 한 중요한 계기나 학습동기를 준 의미 있는 사건도 이미지로 보관하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입시를 앞두고 급조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진실성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이화여대 인문과학부에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진학한 한지이 씨(20·여)는 지원 당시 400쪽에 가까운 포트폴리오를 제출했다. 포트폴리오의 앞쪽에 우선 배치한 것은 △문인들을 직접 찍은 사진 △중학교 때 썼던 습작노트 △처음 글을 써서 상을 받은 초등 2학년 때의 실제 원고였다. 한 씨는 “제출을 염두에 두고 모은 자료가 아니어서 깔끔하고 잘 정돈되진 않았지만 어떤 경험 때문에 언제부터 국문학을 전공하고 싶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날것’ 그대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올해 KAIST에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진학한 조민홍 씨(20)는 “초등 2학년 때 처음으로 만들었던 로봇 사진부터 로봇 제작에 영감을 준 이미지 사진 등을 빠뜨리지 않고 포트폴리오에 담아 제출했다”고 말했다.

평가자들은 매력적인 포트폴리오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외형이 아닌 콘텐츠를 꼽았다.

임진택 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회장은 “이미지 포트폴리오는 서류에 기재된 것을 보조해 설명할 수 있는 첨부자료”라면서 “외형보다 콘텐츠가 중요하기 때문에 본인이 활동했던 사실을 성의껏 정리했다는 느낌이 드는 포트폴리오가 좋다”고 말했다. 또 “부모나 사교육 업체에서 도와준 듯한 화려한 포트폴리오는 진실성에서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창민 한국외국어대 입학사정관은 “이미지가 많건 적건 간에 사정관은 ‘학생이 이 포트폴리오를 통해 알리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꿰뚫어본다”면서 “하지만 평가의 기본이 되는 학생부나 수상실적 확인서의 객관적인 기록 없이 포트폴리오만으로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결정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