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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맹점 파고 든 집요함에 유럽 관객들 공감”

입력 | 2010-05-17 03:00:00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장편 초청 ‘김복남…’의 장철수 감독




장편 데뷔작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로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장철수 감독.칸=손택균 기자

영화 연출부 경력 10년. 장편 데뷔작 촬영을 마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배급사를 정하지 못했다. 열 살 난 아들은 늘 “아빠는 만날 일만 하는데 왜 돈은 못 벌어 와?”라고 투덜거렸다. 장철수 감독(36)은 이제 아들에게 할 말이 생겼다. “나무야, 아빠가 세계에서 제일 큰 영화제에서 박수 받았다!”

제63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장편경쟁부문에 초청된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공식 경쟁부문의 ‘하녀’와 ‘시’ 못잖은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한국 영화의 샛별로 주목받고 있다. 15일 언론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관람한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의 영화담당기자 브루스 이셰르 씨는 “노회한 영화제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은 젊고 뜨거운 바람”이라며 “조만간 경쟁부문에 초청받을 감독으로 확신한다”는 찬사를 보냈다.

16일 영화제 본부인 팔레 드 페스티발 부근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엄살을 피우고 싶지는 않지만 솔직히 다 죽다 살아난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작은 섬에서 온 마을 사람들에게 구박받으며 살던 여인이 잔혹한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다. 주인공 복남(서영희)은 일상의 크고 작은 부조리에 일일이 저항하지 못하고 꾹꾹 눌러 참으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극단적인 양상으로 대변하는 캐릭터다. “각박한 인간관계 때문에 벌어지는 사건들이 반드시 도시만을 배경으로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평화로워 보인다고 생각하는 과거의 어떤 시점, 현재의 어떤 공간에는 그 내부에 들어가야만 알 수 있는 잔혹함이 있을 겁니다. 지구 반대편 관객들이 공감하는 것도 영화가 그런 ‘이미지의 맹점’을 집요하게 파고든 데 흥미를 느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장 감독은 “갑작스러운 스포트라이트가 부담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달콤한 이 순간이 짤막하게 지나가리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아직 태어나지도 못한 자식을 자랑하는 기분이라 민망하다. 한국에서 개봉하고 난 뒤 그 다음을 생각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하녀’는 14일 오후 10시 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공식 갈라 상영이 끝난 뒤 3분여 동안 기립박수를 받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이야기 전개가 단조롭지만 여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허점을 메운다”고 평가했다.

칸=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