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과연 타임오프가 ‘노조 말살’ 행위일까. 근로시간면제심의위는 타임오프 한도를 정하면서 중소 규모 노조의 한도를 올리되, 재정자립 능력이 있는 대규모 노조는 대폭 축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민주노총을 탈퇴한 단국대 노조(조합원 410명)는 기존 전임자가 2명이었지만 2.5명(하루 8시간 풀타임 전임자 기준)까지 둘 수 있게 됐다. 단국대 노조는 “전임자 한도는 늘어났지만 더 늘리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임자 수가 대폭 줄게 된 곳은 현대·기아차 등의 대형 노조와 금융권 노조 등 이른바 대형 ‘부자 노조’들이다. 전국금속노조 산하 현대차 지부는 220여 명인 전임자를 7월부터 24명으로 줄여야 한다. 기아차 지부는 136명인 전임자를 되레 600여 명으로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 물론 강성 노조 덕분에 조합원 수에 맞지 않게 많은 전임자를 둔 일부 중소 노조는 축소가 불가피하지만 이는 기존 전임자 수가 많았기 때문이지 타임오프 한도가 적어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부 중소기업 경영주들도 구태의연한 ‘노조 알레르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들은 경제단체 등을 통해 “타임오프는 사실상 전임자를 지금처럼 인정하는 것이니 원칙대로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를 전 사업장에 예외 없이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사실상 노조를 없애자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노조 결성은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이며 일부 강성노조를 제외하면 근로자를 대변하는 순기능도 많다는 점을 망각한 것이다. 오히려 노사분규가 많은 사업장 경영주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노무관리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근로자 없는 경영이 어디 있는가. 타임오프가 노조, 사용자 모두에게 상생이 되도록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이진구 사회부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