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난립하면서 ‘주복=고급주거지’ 이미지 퇴색아파트 고급화 영향… 경매 낙찰가율 50%대 추락도
? 주상복합아파트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주상복합아파트 인기가 얼마나, 왜 떨어졌나요?
타워팰리스 성공 이후 건설사들은 잇달아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을 개발해 고급화, 첨단화, 대형화된 주상복합아파트를 내놓았죠. 분당 파크뷰, 목동 하이페리온, 용산 시티파크, 잠실 갤러리아팰리스 등 초고층 주상복합은 청약에서부터 입주 후까지 늘 부동산시장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특히 여의도 63빌딩보다 높은 ‘타워팰리스 3차(262.8m)’가 입주한 2004년 주상복합의 인기는 절정에 올랐습니다. 그해 전국 일반 아파트의 매매가는 0.19% 오르는 데 그친 반면 주상복합은 9.27%나 치솟았습니다.
법원 경매 시장에서도 주상복합은 찬밥 신세입니다. 2차례 이상 유찰되는 것은 기본이고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도 많습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에서 일반 아파트는 감정가의 81.0%에 낙찰된 반면 주상복합의 낙찰가율은 77.7%에 그쳤습니다. 특히 강남권 일부 대형 주상복합은 낙찰가율이 50, 60%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송파구 신천동의 롯데캐슬골드(187m²)는 3일 서울동부지방법원 경매에서 감정가(28억 원)보다 무려 10억여 원 낮은 17억5350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주상복합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공급도 대폭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3년 2만9961채까지 공급됐던 주상복합 분양 물량은 지난해 6191채로 감소했습니다. 한때 인근 지역 시세를 이끌던 주상복합 가격도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지난해 일반 아파트 매매가격이 6.21% 상승하는 동안 주상복합은 오히려 0.22% 떨어졌습니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부동산 불경기 때는 투자 대상을 신중히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우량과 비우량 물건 간의 가격 격차가 커진다”며 “아파트도 일반 아파트와 주상복합 간의 양극화가 생기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주상복합이 고급 주거지로 인기가 높았지만 경기침체기에는 자금 마련 부담이 큰 데다 가격이 비싸 되팔기도 어렵고 추가 가격 상승 가능성이 낮아 시세 차익을 얻기 힘들다는 이유로 외면을 받는다는 설명이죠.
주상복합의 인기가 떨어진 데는 주상복합에 맞서 일반 아파트가 빠른 속도로 업그레이드된 것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주상복합은 관리비가 비싸고 환기와 채광이 상대적으로 잘 안되며 녹지가 적어 생활환경이 쾌적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드러나는 동안 일반아파트는 고급 주상복합에 못지않은 첨단 시설을 갖추며 진화했습니다. 주차장을 지하에 설치하고 지상 대부분을 녹지로 만들었으며 단지 내에 영어마을을 세울 정도로 호텔식 수준의 커뮤니티시설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또 역세권에 소형 평형으로 이뤄진 주상복합이 난립하면서 ‘주상복합=고급 주거지’라는 이미지도 퇴색했죠.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